『월든_숲에서의 일 년』 지금 여기, 나로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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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_숲에서의 일 년』 지금 여기, 나로 살기
  • 김화이 객원기자
  • 승인 2020.09.15 13:56
  • 호수 11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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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산책
『월든_숲에서의 일 년』, 헨리 데이비드 소로 글, 지오반니 만나 그림, 길벗어린이, 2020년
『월든_숲에서의 일 년』, 헨리 데이비드 소로 글, 지오반니 만나 그림,
길벗어린이, 2020년

 

10년째 손에서 못 놓는 책이 한 권 있습니다. 아무리 재미있는 책이라도 두 번 이상 읽기 쉽지 않죠. 그런데 10년째 읽는다니 대체 얼마나 재미있는 책이냐고요? 사실은 너무 어려운 고전이라 진도를 못 나가고 있습니다. 저의 딱한 사정이 소문난 걸까요. 『월든』이 ‘숲에서의 일 년’이라는 부제를 달고 그림책으로 세상에 나왔습니다.

하버드 대학을 졸업했으나 부와 명성을 좇는 화려한 생활을 따르지 않았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 그는 물질에 얽매이지 않고 소박하게 살 것을 주장하며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2년 2개월간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림책에서는 이 과정을 소로가 호숫가로 들어간 봄부터 다음 해 봄까지 1년으로 축약해 그가 보낸 사계절을 아름다운 수채화로 보여 줍니다.

가장 가까운 이웃과도 1.6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깊은 숲속에서 그는 콩밭을 일구고, 새들과도 이웃처럼 지냅니다. 매일 아침 호수에서 목욕을 하며 느긋한 충만감을 느낍니다. 보드라운 이끼 카펫이 깔린 소나무 숲을 응접실로 쓰고, 눈보라 휘날리는 시린 겨울에는 벽난로에 불을 지피고 책을 읽으며 유쾌한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철저히 혼자였지만 외롭지 않았고 더없이 청빈했지만 그 누구보다 주체적으로 살았던 소로는 혹시, 자신을 돌아볼 여유도 없이 쫓기는 삶을 사는 지금의 우리를 예견했던 걸까요. 그는 자신의 자발적 은둔에 대해 이렇게 밝혔습니다. “내가 숲으로 들어간 것은 내 나름대로의 인생을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나는 한순간이라도 깊이 있게 살면서 삶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받아들이고 싶었다.”

나답게 살기 위해 꼭 모든 걸 버리고 산속으로 떠날 필요는 없겠지요. 다만 많은 것을 얻으려고 노력한 만큼 더 적은 것으로 만족하는 법을 배운다면, 그리하여 간소한 삶에 가까워진다면 어느새 ‘월든’은 우리 앞에 다가와 있을 것입니다.

 

9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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