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집』 … 잠시 집 비운 마음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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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집』 … 잠시 집 비운 마음 기다리며
  • 김화이 기자
  • 승인 2020.10.20 16:49
  • 호수 11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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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산책10
<마음의 집>, 김희경 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그림, 창비, 2010년

땀을 뻘뻘 흘리며 달리기를 해도 꿈쩍 안 하던 몸무게가 새로운 고민거리에 불쑥 두 계단 내려갔습니다. 부러 안 먹은 것도, 특별히 더 많이 움직인 것도 아닌데 말이죠. 마음속에 풀기 어려운 숙제가 있는 것만으로도 몸은 이미 비상사태! 숙제만 남기고 홀연히 집 나간 ‘주인님 마음’이 되돌아올 때까지 이번엔 또 얼마나 걸릴까요. 주인님을 기다리는 『마음의 집』 문이 빼꼼히 열립니다. 예의는 아니지만 잠깐, 집 구경 좀 해 볼까요?

우리나라 글 작가의 글에 영감을 받은 폴란드 그림 작가의 그림이 합쳐져 완성된 이 책은, “우리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라는 철학적인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무형의 마음을 ‘집’이라는 익숙한 공간에 빗대 독자들이 ‘마음의 문·방·창문·부엌·화장실’을 구석구석 들여다보게 합니다. 집의 모양이 저마다 다르듯 마음의 집도 주인에 따라 천차만별. 마음의 집 문을 활짝 열어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문을 아예 닫고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떤 방은 넓어서 많은 사람들이 왔다갔다하지만 어떤 방은 좁아서 겨우 자기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친구와 다투면 10계단, 엄마한테 혼나면 100계단, 더 힘든 일을 만나면 1000계단”으로 변하는 마음의 집 계단. 천근 같은 마음의 무게를 겨우 이겨내고 계단 끝까지 올라왔지만 삶은 언제나 예측 불허. 어떤 날은 불안이, 어떤 날은 걱정이 찾아와 갑자기 주인 행세를 하기도 합니다.

이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무엇일까요? 나를 괴롭게 하는 것을 콕 찍어 밖으로 내보내려는 노력일까요? 풀어야 할 숙제가 생길 때마다 그냥 외면해버릴까요? 어떤 집에 사는 어떤 주인이냐에 따라 대답은 다르겠지요. 저는 그동안 있는 줄도 몰랐던 마음의 창문을 힘껏 열어보았습니다. 삐걱거리던 창틀에 기름칠하다 보니 저 앞에 쭈뼛거리며 서 있는 ‘집 나갔던 마음’이 보이네요. “어서 들어와. 다시 돌아와 줘서 고마워.”

 

10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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