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감히 함부로
상태바
어디 감히 함부로
  • 이여진 교도
  • 승인 2020.11.09 19:16
  • 호수 119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울안칼럼/ 이여진 교도
한울안칼럼
이여진
강남교당 교도
서울교사회장

‘어디 감히 함부로….’ 한번쯤은 누구나 했을 법한 말이다. 특히 부모라면 자녀에게, 상급자라면 하급자에게 말이다. 그런데 이제 세상이 변했다. 그런 소리를 하다가는 소위 말하는 ‘꼰대’ 소리를 듣는다. 앞에서가 아니라 뒤에서. 그래서 꼰대 소리를 듣는 사람은 자신이 그렇게 불리는지조차 모른다.

‘어디 감히…’라고 버럭 화를 낼 것이 아니라 차분하게 논리적으로 왜 상대의 말이 잘못되었는지, 틀렸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그를 설득해야 한다. 이제 나이가 많다거나 지위가 높다고, 자신의 옳음을 ‘어디 감히…’로 주장하는 것이 먹히지 않는 세상이 되고 있다. 그러다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조직 내에서 왕따가 되고 외톨이가 되어 ‘나홀로 리더’가 되는 것이다.

리더십은 흔히 직위와 능력, 이 두 가지로 정의할 수 있다. 직위로서의 리더십은 어떤 상황을 통제할 책임이 있고 구성원을 지도하고 관리하는 직위에서 리더십이 나온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직위가 있다고 해서 모두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요즘에는 오히려 구성원들과의 관계에서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강조하는 능력으로서의 리더십이 각광받고 있다. 즉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영향을 끼쳐서 리더가 택한 길을 따라오도록 하는 재능이나 기술로서의 리더십이다.

리더십은 leader와 ship의 합성어로, 어원적으로 배를 이끌고 목적지에 도달하는 능력을 말한다. 조직의 구성원들을 독려하고 동기부여해 자발적으로 조직의 목표 달성을 위해 매진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 말이다. 리더가 자신의 이익이 아닌 조직의 목표나 명분을 위해 움직일 때 리더십은 생겨난다. 리더가 자기희생을 하면 구성원들은 거기에 힘을 보태고 더 잘하려고 애를 쓰는 것은 인지상정이 아니던가.

몇 년 전부터 강조되고 있는 서번트 리더십은 구성원들과 목표를 공유하고 그들의 성장을 도모하면서 리더와 구성원 간의 신뢰를 형성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조직의 성과를 달성하도록 하는 리더십이다. 리더는 구성원의 입장과 처지를 존중하면서 그들의 성장 및 발전을 돕고 조직 목표 달성에 그들이 스스로 기여하도록 만든다. 방송인 유재석은 공손함, 배려심, 겸손함, 그리고 솔직한 행보로 리더십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그는 시청자들을 대신해서 그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출연진들이 말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편안하게 진행하면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상대를 높이는 소프트 리더십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조직 내외의 환경은 부단히 변화하고 있다. 구성원들의 욕구도 다양해지고 많은 정보가 개방되면서 기존에 강조되었던 강인함, 권력, 카리스마에서 비롯되는 리더십은 점점 힘을 잃고 있다. 리더는 급변하는 환경 변화를 파악하고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책임 있는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런데 이런 환경 속에서 ‘어디 감히 함부로’만을 외치는 리더가 과연 존경을 받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그런 조직이 무한경쟁시대에 성과를 내어 조직의 비전을 실현하고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겠는가?

자신을 조직의 리더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지금 판단해보자. 과연 나는 언제 폭풍우가 몰아칠지 모르는 망망대해에서 배의 선장으로서, 선원들을 잘 다독여 이정표를 향해 나아갈 능력과 자질이 있는지를 말이다.

11월 13일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