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 수집가』 … 당신은 오늘 어떤 단어들을 수집했나요?
상태바
『단어 수집가』 … 당신은 오늘 어떤 단어들을 수집했나요?
  • 김화이 객원기자
  • 승인 2020.11.17 16:08
  • 호수 119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림책 산책11
<단어 수집가> 피터 레이놀즈
글·그림 문학동네, 2018년

 

바쁜 아침, 밥을 차리느라 정신없던 제게 딸이 한마디 던집니다. “엄마는 왜 자꾸 한숨을 쉬어?” 서둘러 아니라고 했지만, 이번엔 아들이 다가와 “나도 들었어. 휴! 하는 소리”라고 쐐기를 박습니다. 그러고 보니 전날 친구에게도 “그렇게 해서 땅 꺼지겠어? 한숨 좀 그만 쉬어!”라는 말을 들었네요. 많고 많은 단어 중 왜 하필 ‘휴’라는 말이 입에 붙어버린 걸까요. 단어 수집가 ‘제롬’에게 도움을 청해야겠습니다.

제롬은 좀 특이합니다. 사람들이 우표나 동전, 만화책 등을 모을 때 단어를 모으기 때문이죠. 제롬은 대화를 하다가, 거리에서, 책 속에서 눈길을 끄는 단어를 발견할 때마다 단어를 낱말책에 차곡차곡 모았어요. 그런데 수집한 단어가 점점 많아지자 제롬은 낱말책을 주제별로 분류해 옮기다가 그만 넘어지고 맙니다. 애지중지 모아온 단어들이 뒤죽박죽 섞여버렸어요! 예를 들면 ‘생강 실종, 파랑 초콜릿, 헛된 구름, 염소 메아리’처럼요.

낯설지만 새로운 조합의 단어들에 영감을 받은 것일까요. 제롬은 낱말들을 하나하나 줄에 매달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배열된 단어들로 시를 쓰고, 노래를 만들어 모두를 감동시키죠. 그리고 더 많은 낱말을 모으고 또 모아 수레에 싣고 어딘가로 향합니다. 어디로 가는 걸까요.

단 1음절의 한숨 소리도 못 고쳐 쩔쩔매는 저에게 제롬이 ‘단어 처방’을 내려줍니다. ‘괜찮아’라고요. 분명 제롬이 아끼는 단어였을 텐데, 살면서 꼭 필요한 단어일 텐데 기꺼이 내주었습니다.

‘괜찮아’를 수집한 덕분일까요. 저는 이제 습관적인 한숨이 새어 나오려는 찰나마다 볼 풍선에 ‘휴’를 매달아 날려 보내곤 합니다.

 

11월 20일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