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유이든지 그것은 우리들의 잘못이 아니란다
상태바
어떤 이유이든지 그것은 우리들의 잘못이 아니란다
  • 박선국 교도
  • 승인 2020.11.25 19:26
  • 호수 119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 속 마음공부16

 

벤 이즈 백(Ben is Back, 2018)/감독: 피터 헤지스
출연: 줄리아 로버츠, 루카스 헤지스

│영화 줄거리│

크리스마스 이브 날 벤이 연락도 없이 집으로 돌아온다. 그는 약물중독으로 재활원에서 치료를 받는 중이었다. 어릴 적 하키를 하다가 다쳐서 치료제를 잘못 사용하였고 그 이후 그는 중독자가 되었다. 돌아온 그를 반겨주는 것은 두 명의 어린 이복동생과 어머니 홀리, 그리고 늙은 강아지이다. 새 아버지 닐과 여동생 레이시는 그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본다. 어렵사리 크리스마스를 가족들과 보낼 수 있게 된 벤은 표면상으로 잘 적응하는 듯 보인다. 선물을 사러 쇼핑센터에 가고 옷도 골라보고 그러다 저녁 교회에서 있는 아이들의 공연을 보러 가기도 한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 보니 집안이 엉망이다. 집 안에 있어야 할 강아지 폰스도 보이지 않는다. 폰스를 찾아 나서게 된 벤과 홀리. 벤과 홀리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까.
 

박선국 돈암교당 교도
박선국
돈암교당 교도

‘벤 이즈 백’은 24시간 동안 한 가정과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에게 일어난 사건을 밀도 있게 보여주는 가족영화이다. 또 한편으로는 미국 사회의 만연해 있는 마약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룬 작품이기도 하다. 알코올 중독자 어머니를 둔 감독이 각본을 써, 중독자와 그의 가족들의 이야기를 더 현실적이고 진솔하게 보여준다. 영화는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관객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매력적인 스토리를 전개하여 긴장감을 늦추지 않게 한다.

영화는 알코올 중독이나 약물중독으로 인한 사회적인 문제나 시스템 문제를 다루면서도 한 개인의 고통 받는 삶과 연결시킴으로써 관객에게 더 큰 반향을 일으킨다. 비록 개인의 잘못은 아니었지만, 그 개인에 의해 야기된 더 큰 피해의 유발자인 경우 그 책임을 누구에게 둬야 하는지 우리에게 질문한다.

주인공 벤은 자신의 실수로 약물중독에 빠진 것은 아니다. 그러기에 얼마든지 약물중독에 빠진 이유를 남에게 돌릴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마지막까지 그 이유를 자기 자신의 것으로 여긴다. 그는 자기 자신으로 인해 주위의 그 누구도 해를 입지 않기를 바라지만 사실 그는 이미 존재만으로도 피해를 준다고 느낀다. 유혹 앞에 번민하는 그의 모습은 차라리 그 유혹에 넘어가는 것보다 속죄의 의미로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필연적이라고 생각한다.

홀리는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가진 인물이다. 그녀는 어떤 때는 강인하고 어떤 때는 나약하기 그지없다. 또 도덕적이면서도 위선적인 모습을 동시에 보여준다. 어머니로서 아무 잘못 없다고 믿고 싶고 비난받을 이유가 없는 아들을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과 그 아들에 의해 주위에 벌어진 많은 폐해에 대한 죄책감을 동시에 가진 인물로 가장 동정심이 가고 공감이 간다. 그 무엇도 버릴 수 없기에 그 무엇도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진 그녀에게 주어진 마지막 선택은 아들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뿐이었다. 아들에게서 기대했던 모습들이 아니라 중독자이며 피해자이고 가해자인 아들의 선택이 그 무엇이었든지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아들을 포기할 수 없지만 포기해야만 아들을 살려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영화는 마지막까지 해피엔딩인지 아닌지 모호하기만 하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벤의 멈췄다 다시 이어지는 긴 숨소리는 그가 저 세상에서 이 세상으로 ‘돌아왔음’을 말해준다. 이 메시지는 우리에게 죄책감은 당신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않으니 숨 한번 크게 쉬고 “그래도 돼 괜찮아!”라고 말하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라고 하는 것 같다.

11월 27일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