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이 약이다 Sharing is medication
상태바
나눔이 약이다 Sharing is medication
  • 김현오 교무
  • 승인 2020.12.01 19:17
  • 호수 119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과학시대의 영성
김현오
보스톤교당 교무

대승불교에는 이상적 인간상으로 그려지는 ‘보살’이 닦아 완성해가는 여섯 가지 수행덕목이 있다. 육바라밀이다. 그중 가장 먼저 닦아야 하는 덕목이 ‘보시’이다. 내가 가진 것을 펼쳐서 공유의 영토를 넓히려는 마음의 연습으로부터 시작하는 보시. 나눔이라는 마음의 훈련은 과연 어떠한 수행 효과를 가지며 인간의식 성장에 얼마만큼 이익을 가져오는 것일까?

내가 가진 물건이나 재화, 또는 좋은 생각과 의지를 나누고, 칭찬, 격려, 위로, 슬픔, 기쁨, 아픔의 느낌을 나누며, 지혜의 언어와 고귀하고 높은 뜻 있는 연대의 행동을 나눌 때 인간에게는 어떠한 내적 경험과 변화가 일어나는가? 물질적 나눔이든, 육체적 봉사이든, 정신적 영감이나 교감의 나눔이든 나눔을 통해 확인하는 연대된 관계적 확인은 우리 의식을 확장시키고, 더 큰 품의 가슴으로 열려가게 한다. 또한 신진대사가 좋아지고, 기분이 좋아지게 할 뿐만 아니라, 좋은 호르몬이 쏟아지게 한다.

나눔은 집착이라는 심리적 고정 상태로부터 유연하게 풀려 나오게 하는 직접적 통로이며, 실효 빠른 실천이다. 물질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사적 소유를 널리 나눠 함께하려는 작은 노력을 의식적으로 연습해 나갈 때, 소유의 멋과 기쁨과 의미 그리고 미덕이 함께 살아나고 생성된다. 그러한 순간에 내면의 공간은 열리고, 의식은 해방감에 시원해지며, 가슴이 확장되고 따뜻해지는 느낌, 자애 가득한 심상이 형성된다.

몸과 마음의 작용을 한 찰나도 떠나지 않고 살폈을 부처도 나눔의 실천을 통해 얻어지는 내적 경험과 변화의 묘한 심신 상호작용을 간과했을 리 없다. 나눔은 건강하고 아름다운 사회적 관계 형성과 공동체의 결속에 가장 사실적이고 확실한 친애의 표현이며, 타자와 연결되어 있음을 재확인하는 과정이다. 무언가를 나눌때 행복해지고 자유로워지는 우리의 내면이 이를 말해준다. 본성은 한없이 넓어지고 싶고, 자유로워지고 싶어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아름답고 드넓게 펼쳐가는 가장 의젓한 길이 나눔의 실천이라고 할 때, 제일 먼저 그 효력을 얻는 수혜자는 누구일까? 나눔의 공덕이 세상 저만치에 가서 꽃이 되고, 기쁨이 되기 전에 누구의 가슴에서 먼저 자유와 해탈, 무한한 일체감과 충만함으로 진동할까? 바로 나눔을 통해 스스로 가슴을 여는 자, 바로 그 사람이다.

언택트(Untact) 시대라 하여 단절의 두려움과 외로움, 고독감, 결핍감, 무력감 등으로 우울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의사들은 우울증 환자에게 밖에 나가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하라는 처방을 내리곤 한다. 이것은 육체적으로 봉사하고, 사랑과 연민의 마음을 나누는 활동 그 자체가 생명의 본질인 무한 관계망 속으로 들어가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또 확장되어가는 관계의 물리적 체험을 통해 자신이 거대한 생명체임을 직감하게 되며, 그로 인해 본성 에너지가 충전되기 때문이라고 본다.

달라이라마는 “나의 종교는 친절”이라고 했다. 친절은 우리 본성의 확장된 상태를 나타내는 표현이며, 그러한 상태로 나아가려는 존재의 이끌림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아름답고 드넓게 펼쳐가는 가장 의젓한 길이 나눔의 실천이라고 할 때, 제일 먼저 그 효력을 얻는 수혜자는 누구일까? 나눔의 공덕이 세상 저만치에 가서 꽃이 되고, 기쁨이 되기 전에 누구의 가슴에서 먼저 자유와 해탈, 무한한 일체감과 충만함으로 진동할까? 바로 나눔을 통해 스스로 가슴을 여는 자, 바로 그 사람이다.

나는 무엇을 나누고 또 나눌 수 있는 사람인가? 나는 세상과 무엇을 나누고 싶은 사람인가? 나의 나눔은 세상을 얼마만큼 품고 있는가? 언택트 시대라 해서 결코 세상으로부터 멀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본래 하나의 생명체이며 또한 결코 멀어질 타자란 없다. 세상은 바로 내 안에 있고, 내 안으로 들이면 된다. 모든 성자들이 그러한 방식으로 존재하지 않았던가?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내면의 무한 공간의 확장에 공을 들여야 할 것이다.

나눔이 약이다.

12월 4일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