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긋 아기씨』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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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긋 아기씨』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방
  • 김화이 기자
  • 승인 2020.12.15 14:48
  • 호수 11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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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산책12
<방긋 아기씨> 윤지회
글·그림 사계절, 2014년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것”이라는 잠언에 콧방귀를 뀌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도무지 웃을 일이라곤 없는 요즘은 헛웃음에라도 기대 한 발짝 나아가고 싶은데요. 그 길을 먼저 걷고 있던 『방긋 아기씨』의 왕비님이 어서 오라고 손짓합니다. 

여기, 늘 혼자라는 생각에 외로운 왕비가 있습니다. 크고 화려한 궁궐에 살지만, 마음 둘 곳 없어 시름이 깊지요. 실종일관 무표정하고, 푸르다 못해 초록색을 띠는 얼굴빛에 서늘함마저 감돕니다. ‘이 왕비, 사는 곳도 신분도 나랑 다른데 성격은 비슷하네? 가만있어 봐. 그럼 혹시 내 얼굴색도?……’ 화들짝 놀라 거울을 보는 제 모습에 실소가 나옵니다. 

몇 해가 흘러 궁궐에서는 예쁜 아기씨가 태어났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기씨는 태어날 때부터 한 번도 웃질 않았어요. 값비싼 옷과 맛있는 음식에도 그저 똘망똘망 왕비만 바라볼 뿐이었어요. 이름난 광대까지 불러 공연을 열었지만, 백약이 무효했죠. 왕비의 속이 타들어 갈 무렵, 울던 사람도 웃게 만든다는 신통한 비법을 가진 의사가 왕비를 찾아왔습니다. 의사가 깃털로 아기씨를 살살 건드리자 웃을 줄 알았던 아기씨는 오히려 울음을 터트리고 말아요. 화가 난 왕비가 의사를 가두라고 명하자 다급해진 의사는 깃털을 왕비의 코에 갖다 댑니다. 아기씨와 마찬가지로 한 번도 웃지 않았던 왕비의 입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어요! 눈물까지 날 정도로 웃고 또 웃었지요. 

그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보던 아기씨는 그제야 처음으로 ‘방긋’ 웃습니다. 앗, 아기씨의 첫 웃음에 감격한 왕비의 얼굴빛도 어느새 달라져 있네요. 

행복해서 웃은 건 아니었지만 웃었더니 특별한 순간을 마주하게 된 왕비 덕분에, 24시간 저를 모방하는 두 아이의 눈동자를 자주 들여다보게 됩니다. 눈 맞춤만으로도 아이들은 이미 웃음꽃이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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