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고객 마케팅과 교도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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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고객 마케팅과 교도 마케팅
  • 전정오 교도
  • 승인 2020.12.15 14:51
  • 호수 11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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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칼럼
전정오
분당교당 교도회장
건국대 겸임교수

최근 고기리 막국수 집에 관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막국수를 먹기 위해 한 시간 정도는 기본으로 기다려야 하는데, 맛도 좋지만, 고객에 대한 정성이 이 집을 또 찾게 한다고 한다. 필자가 근무했던 은행에서도 ‘고객만족’ ‘고객감동’에 이어 ‘고객졸도’ 수준의 서비스를 직원들에게 요구했었다. 은행이 이렇게 변하게 된 것은 고객이 없으면 더 이상의 성장은 물론 존폐까지도 가늠할 수 없다는 절박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고객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고객 불만을 잠재우는 것이다. 대부분 고객의 불만은 사소한 것으로부터 시작되며, 기업의 잘못된 대응으로 문제가 커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떤 방법이든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해서는 안 되며, 단어 선택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필자는 교화의 중요성을 외치는 교무님들이 교도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 때가 간혹 있다. 대학 시절 지도교수님이 신촌 교당에 다니시다가 교무님과의 불화로 교당에 다니지 않으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큰 충격에 쌓인 일이 있다. 입교한 지 수십 년이 되신 분이 교무님과의 관계로 교당 다니기를 그만두셨다는 사실은 4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필자에겐 화두로 남아 있다. 

일반교도들은 교무님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성직을 위해 평생을 바치겠다고 서원하신 전무출신이기에 그 뜻을 높이 기리고 받든다. 따라서 교무님의 신심과 수행에 허점이 보이면 일반교도는 그 즉시 신심이 흔들리게 되곤 한다. 그런데 어떤 교무님은 교도를 가르치는 대상으로 생각하고 자신을 따르지 않는 교도를 신심 없는 교도라고 낙담하기도 한다. 신심이 없는 교도의 신심을 뿌리내리게 도와주는 일이 자신의 역할이라는 것을 망각했기 때문이다. 교도는 같이 공부하는 도반이자 부족한 신심을 키워주는 교화의 대상이지 아이들처럼 훈육으로 가르치는 대상이 아님을 인지해야 한다.

인과보응은 원불교 교리의 핵심이다. 그 실천 조목에 ‘처처불상’과 ‘사사불공’이 있다. 이 조목은 일반사회에서 고객을 응대할 때와 우리의 수행이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점을 보여 준다. 과연 교무님들은 실제로 교도를 부처로 받들고, 부처님 일처럼 교도들에게 정성을 쏟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고객에게 정성을 쏟는 만큼 실적을 얻는 이치가 인과보응이듯이 부처님을 대하듯 교도들에게 정성을 쏟는다면 교화는 저절로 이루어지는 이치가 인과보응이다. 고객에 대한 절실함처럼 교무님들도 교도의 소중함을 늘 새겨야 한다. 또한, 교무님의 성불제중에 대한 지극한 서원과 공력의 깊이가 교도들의 감화로 이어지는 만큼 스스로 수행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대산종사께서는 전무출신의 도에서, “교도는 일반 사회인의 모범이 되어야 하고 전무출신은 일반 교도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 밝혀주셨다. 이것이 바로 고객을 특별히 잘 모시는 고객마케팅을 넘어서 교도마케팅의 핵심이다. 어렵사리 교당으로 인도한 사람의 눈에 교도나 교무가 일반 사회인과 별반 다름이 없다면 귀한 시간을 내어 교당에 다닐 필요성을 느끼지 않게 된다. 필자의 소견으로는 교도와 교무가 서로 자기 공부 잘하고 언행에 모범을 보일 때, 교화는 절로 된다. 설교 잘하시는 교무님도 중요하지만, 어려울 때 교도가 허심탄회하게 상의하며, 믿고 따를 수 있는 참 스승으로서의 교무님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동안 연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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