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의 10년, 나는 무엇이 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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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의 10년, 나는 무엇이 달라졌나
  • 라연우 교도
  • 승인 2020.12.22 16:57
  • 호수 11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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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 정착기11
라연우
천주교제주교구나오미센터

나의 제주에서의 10년은 너무도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아직도 저를 모르는 많은 사람들은 저를 외국인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이제는 대한민국 국민이 되었습니다. 이름도 달라졌고, 저의 주위 사람들은 외모도 한국 사람처럼 되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제주에서의 저의 10년은 국적과 이름뿐만 아니라 저의 생각도 많이 달라졌으며, 저의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제주에서 새로이 태어난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처음 대한민국 제주에 왔을 때는 마음 편히 있을 곳도 없었고 음식들도 맞지 않아서 잘 먹지도 못하였습니다. 제주에서 이렇게 오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하였는데, 10년이 지난 지금 어느 곳보다도 제주는 편안한 곳이 되었습니다. 많은 친구들이 생겼고, 있을 집이 생겼으며, 고향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도 생겼습니다.

이제는 언어도 한국어가 편할 정도입니다. 성격 또한 많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보수적인 국가에서 살다 왔기 때문에 굉장히 보수적이고 꽉 막힌 성격이었다면, 이제는 아주 개방적인 성격이 되었습니다. 또한, 이제는 건강도 되찾아서 몸무게도 많이 늘었습니다. 이제는 제주에 아는 지인들도 많이 생겨서 어디를 가든 우연히 지인들과 만나게 됩니다. 이렇게 제주 토박이가 되어가나 봅니다.

사실 이제는 제주가 본국보다 더 편한 곳이 됐기에 음식도 한국 음식이 더 맛있어지고, 문화도 한국 문화에 더 익숙해졌습니다. 가끔 사람들이 시리아에 관해 물어보면 시리아보다 제주에 대해서 더 많이 안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사실 시리아는 너무 어렸을 때 떠나와서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제주에 난민으로 들어와서 이제는 한국 사람이 되어 난민과 이주민을 돕는 일을 하는 것도 입장이 바뀌었습니다. 이제는 밥도 김치가 없으면 못 먹을 정도로 주위에서 뼛속까지 한국 사람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제가 느끼기에도 이제 저는 뼛속까지 한국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

힘든 적도 많았고, 몸과 마음이 아팠던 적도 많았습니다. 혼자 힘들어서 울었던 적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주에서 저는 가족과 같은 분들을 만났고 열심히 노력해서 국적도 취득했고, 즐겁고 기쁜 일도 많았기에 힘들었던 것들마저도 이제 저에게 추억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런 힘들고 아팠던 일과 기억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었을 것입니다.

이제 이름도 국적도 한국 사람이 되었으니 제주에서의 저의 10년은 저의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고, 제가 새로운 사람이 된 기간인 것 같습니다. 이제 한국 사람이 되어서 만약에 제주를 떠나서 육지에 가서 살게 되더라도 제주에서의 10년은 못 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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