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기획] 한국사회 1인 가구 급증...교화, 방향이 아니라 속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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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기획] 한국사회 1인 가구 급증...교화, 방향이 아니라 속도다
  • 강법진 편집장
  • 승인 2020.12.29 22:17
  • 호수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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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현상과 원불교 정책 좌담회
교화훈련부 청년회가 12월 23일 원불교소태산기념관 9층 화상회의실에서 ‘원불교가 고민해볼 1인 가구 현상과 정책 방향’을 주제로 정책 좌담회를 열었다. 초빙강사로는 변미리 서울연구원 도시외교연구센터장이 참석해 우리사회 1인가구의 동향을 설명했다. 
2015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인구총조사(1980~2015)

 

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세계 인류에게 ‘변해야 산다’는 경종을 울렸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해 왔다. IT 강국이라 불리는 한국은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 그로 인한 갈등과 보이지 않는 소외계층들도 점점 늘고 있다. 대표적인 사회현상이 고독한 1인 가구의 증가다. 무엇을 위한 성장인가, 과연 우리는 행복한가.


급격한 고령화와 저출산 사회

변미리 박사

사회변화를 읽을 수 있는 중요한 지표 가운데 하나가 인구변화다. 20년 동안 서울연구원에서 사람들의 삶을 모니터링하고 그들의 삶(행동)의 방향이 어디로 흐르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데이터를 읽어온 변미리 박사(사회학·서울연구원 도시외교연구센터장)가 원불교를 찾았다.

변 박사는 “한국사회에서 근 20년간 급변한 현상 가운데 하나가 인구변화인데 너무 빠르게 변화하다 보니 지금의 정책이란 것이 그 속도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2040년에는 서울의 30세 미만 인구가 반세기 만에 반 토막이 날 것”(2014년 통계청 자료)으로 내다봤다. 급격한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변화다. 그 기저에는 그가 2008년부터 연구해 온 1인 가구 급증 현상이 우리의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12월 23일 원불교소태산기념관 9층 화상회의실에서 ‘원불교가 고민해볼 1인 가구 현상과 정책 방향’ 좌담회 발제자로 참석한 그는 두 시간여 동안 강의하고 질의응답 했다. 이번 좌담회는 교화훈련부 청년회(회장 박인수)에서 주최하고 한울안신문 신년호 기획으로 담았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오프라인 참석자는 5인 이하로 제한하고, 온라인 줌(Zoom)을 통해 진행했다.


인구변화 현상과 1인 가구

그가 발표한 인구변화 지표는 서울시 사례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한국사회 전체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서 살고 있고 서울이 가장 인구밀도가 높으므로 그 영향력은 적지 않다.

그는 현재의 인구구조는 40~50대 인구가 전체의 32.6%를 차지하는 항아리형 피라미드 구조를 하고 있지만, 2036년에는 20~40대에서 인구절벽 현상이 두드러지고 60~70대가 증가하는 인구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2012년 통계청 장래가구추계)이라고 말했다. 대신 인구는 줄지만 4백10만여 가구 중에 1·2인 가구가 2백60만여 가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1인 가구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증거다. 또한 우리사회의 가족이란 개념이 기존의 3~4인 이상에서 1~2인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수도권의 또 다른 인구변화는 25~29세 외국인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조선족이 75%를 차지했지만, 앞으로는 국적도 다양해지고 1세대를 지나 2세대가 차지하는 비중도 늘고 있어 눈여겨볼 지표라고 말했다.

2015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인구주택총조사

 

인구정책, 다양성과 포용성 가져야

이렇게 다양한 인구변화는 그 변화의 추이 속도가 빠른 만큼 그 대상별 정책 이슈도 다양해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며, 우리가 가진 숙제다. 한 예를 들면 2018년 성별·연령별 1인 가구 조사 결과에서 여성은 60~64세 비율이 높고, 남자는 25~29세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1인 가구 대상으로 살펴본 혼인상태에 있어서도 미혼이 43.8%, 이혼이 15.5%, 사별이 29.5%, 배우자 있음이 11.1%였다. 이혼과 사별로 1인 가구가 된 경우를 합하면 45%로 미혼보다 높다. 이는 갈수록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들을 위한 연구와 정책 고민이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변이다.

그는 “2018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의하면 1인 가구수는 수도권이 전체의 41.5%를 차지할 만큼 높지만 대전·세종과 함께 젊은층 미혼자가 많은 반면에, 강원과 경남북, 전남북은 주로 고령 1인 가구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면서 지역 특성에 맞는 정책방향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한 1인 가구 전체의 61%가 취업상태이며, 월 임금수준은 200만원 미만이 35.9%를 차지한다(2018년 하반기 지역별고용조사)고 밝혔다.

문제는 이들의 사회활동 참여율이다. 남성은 75%, 여성은 78.3%가 사회활동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답해 1인 가구의 ‘고립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의 주요 여가활동은 상대적으로 경제적 부담이 적은 TV 시청(56.4%)으로 나왔다.

변 박사는 “1인 가구의 증가는 전 세계적 현상이며, 이미 세계 여러 국가와 도시가 직면한 현실이지만 한국사회와 다른 점은 유럽이나 일본 같은 경우 주택정책이나 복지정책이 오랜 기간 연구를 통해 안정적으로 정착해 가는 반면 한국은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 보니 정책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담보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2018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인구변화에 따른 종교의 역할

서울시는 1인 가구 정책단을 신설해 ‘다양한 가족이 어울려 사는 사회적 우정도시 건설’이라는 비전아래 소통과 유대, 나눔과 돌봄, 자립과 안전을 3대 추진과제로 수립하고 정책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계층이 ‘1인 가구 중 누가 더 고립에 노출되어 있는가?’이다. 그는 “전반적으로 외로움을 느끼지만 미혼 1인 가구는 관계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중장년의 외로움과 고립은 노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결국 그의 질문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가?’

그는 “정서적·심리적 행복감에서의 행복 약자는 여성, 1인 가구, 20~30대이다. 또한 청년세대의 탈종교화 현상은 다른 인구변화에 비해 그 속도가 빠르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에 희망을 걸고 정부와 지자체뿐 아니라 민간과 종교계에서도 인구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사람들의 행복을 찾아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욘드 지디피(Beyond GDP)라 하여 인간의 삶의 질을 GDP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 요즘 정책의 변화다. 경제성장을 5% 더 늘렸다고 해서 나의 행복지수도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면서 결국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모든 종교는 인간을 행복하게 하려는 공통의 목적이 있다. 종교 본연의 목적과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가 ‘행복’이라면 종교가 가진 역할과 강점이 분명 있을 것이다”면서 그가 주목하는 사회현상 중에 하나가 종교현상이라고 말했다. 인간은 종교 안에서 어떤 행복을 느끼는가에 대한 그의 연구는 앞으로 계속될 전망이다.
 

정책 좌담회는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5명 이하로 참여해 진행됐으며, 좌담회를 마치고 줌으로 참석한 청소년국 교무들이 함께 기념사진 촬영했다. 

 

다음은 참석자와의 질의응답을 짧게 정리했다.

- 포용사회로 나아간다고 할 때 이민자들을 위한 종교의 역할은?

“2018년 제주 예멘난민 사태에서 보여주었듯 우리나라는 아직 난민을 바라보는 경험과 교육이 부족하다. 잘못된 것이 아니라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이다. 종교가 그런 활동에 중요한 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 1인 가구 고독사가 심각하다는데 종교인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은?

“고독사가 많은 집단이 노년층이 아니라 50대 실업자, 저소득층이다. 문제는 그들이 드러나지 않다는 데 있다. 그래서 그들에 대한 데이터가 매우 부족한 상태이다. 지역사회의 소수자를 발굴하는 데 종교집단의 역할이 매우 필요하다고 본다. 내년에는 대규모 노숙인 조사를 할 예정이다.”
 

- 구속받기 싫지만 누군가와 끊임없이 연결되기를 원한 청년세대, 그들에게 종교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청년들이 종교를 찾는 이유는 공동체성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제공되기 때문이다. 종교가 청년들에게 소속감을 느낄 수 있게 더 열어야 한다.”
 

- 원불교 내에서는 청년집단의 다분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을 위한 대상별 교화정책 연구가 필요하다. 혹시 조언해 줄 내용이 있다면?

“한국사회에서 나타나는 세대차이, 이질감은 청년세대의 가장 큰 특징이다. 다양한 취향을 가지고 흩어졌다 모였다 할 뿐 고정돼 있지 않다. 우리가 흔히 청년세대는 진보적이고 중장년층은 보수적이라 생각하지만, 청년세대에도 진보와 보수가 극명하게 나타난다. 청년세대의 가장 두드러진 이질성은 젠더 이슈다. 이에 대한 모니터링을 계속하고 있다. 원불교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볼 필요가 있다.”
 

- 박사님이 생각하는 행복이란?

“개인의 삶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행복이라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관계성에 있다. 하버드생 출신을 대상으로 70년 동안 추적한 연구 결과, 사회적 관계가 좋은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비해 행복지수가 높았다. 관계성은 개인과 사회를 행복하게 만든다. 이것은 종교에서도 중요한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기사에 사용된 통계자료는 변미리 박사의 발표자료에서 출처했음을 알립니다. 

1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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