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일기, 바이러스 시대의 심리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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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일기, 바이러스 시대의 심리백신
  • 전종만 교도
  • 승인 2021.01.21 02:20
  • 호수 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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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칼럼
원기106년 새로운 필진
전종만수원교당 교도하나병원 원장
                    전종만 수원교당 교도
                           하나병원 원장

바야흐로 바이러스의 시대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그 작고 미미한 생명체가 최첨단의 과학 기술로 무장한 인류에게 이렇듯 위협적인 존재가 될지 예측한 사람은 아마도 많지 않을 것이다. 스페인 독감이 창궐하던 1918년.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는 1차 세계 대전 사망자의 3배에 달했다고 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라서 일명 ‘무오년 난리’로 인한 사망자는 약 14만 명에 이르렀다.

바이러스가 맹위를 떨치던 무오년과 그로부터 100여 년이 흐른 신축년 새해. 바이러스를 매개로 묘하게 닮아있는 양 시대를 성찰하며 무오년 당시 방언 공사에 혈심을 바치셨던 선진들처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원불교 신앙인은 어떤 자세로 이 혼란의 시국을 맞이해야 할까.

<대종경> 교단품 20장에는 대종사께서 ‘비루’에 대한 언급을 하시며 ‘마음비루’를 주의하도록 당부한 내용이 나온다. 바이러스를 독일어와 라틴어에서는 비루스라고 발음한다. 비루가 바이러스를 의미하지는 않지만, 발음이 비슷하고 체내에 침입하여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미생물이라는 점에서 바이러스와의 연관성을 찾을 수도 있겠다.

 

넓은 사랑은 결국 감사와 보은의 마음으로부터 나온다.

우리 원불교인에게는 사은의 은혜를 깨닫고 감사하고

보은해야 한다는 심리 DNA가 있다.

그 DNA의 발현이 절실한 요즘이다. 


지금이야말로 미뤄뒀던 감사일기를 써야 할 때다.

소소하지만 정말 소중하게 경험할 수 있는 일들을

한 줄 감사일기로 기록해 보자. 

코로나 바이러스는 비루처럼 몸 건강을 해치게도 하지만 ‘코로나 블루’나 ‘코로나 레드’처럼 마음 건강도 망가뜨린다. 높은 단계의 생활 방역은 우리들의 마음에도 고통을 줬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마치 ‘마음비루’와 같은 영향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대종사께서 진단한 ‘마음비루’의 특징은 한 마디로 인간을 ‘자아중심적(ego-centering)’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 사람들과의 접촉이 제한되면서 어쩌면 우리는 자기만 알고 다른 사람은 배려하지 못한 자기만의 성안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종교인이자 시인인 이해인 수녀는 이런 시대야말로 ‘골방의 영성’이 필요하다며 다른 사람들에게도 눈길을 돌려 넓은 사랑을 하지 않으면 괴물이 될 것 같다고 경고했다.

넓은 사랑은 결국 감사와 보은의 마음으로부터 나온다. 우리 원불교인에게는 사은의 은혜를 깨닫고 감사하고 보은해야 한다는 심리 DNA가 있다. 그 DNA의 발현이 절실한 요즘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왔던 생활방식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이런 뉴노멀(new normal)은 그동안 우리가 일상적으로 누려왔던 것들이 얼마나 감사했는지 새삼 돌아보게 한다. 마스크 없이 숨을 쉬고 사람들과 정겹게 악수를 나누고 노래방에서 목청껏 노래 부르는 것이 이토록 감사한 일이었다니. 코로나 바이러스의 상황은 많은 사람들에게 심한 박탈감과 원망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전혀 깨닫지 못했던 감사의 순간들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미뤄뒀던 감사일기를 써야 할 때다. 소소하지만 정말 소중하게 경험할 수 있는 일들을 한 줄 감사일기로 기록해 보자. ‘술자리가 줄어 간 건강에 도움이 되니 감사합니다’ ‘쓸데없는 잡담이 줄어 말실수가 적어지니 감사합니다’ 등등. 프랑스 철학자 자크데리다는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하는 것이 진정한 용서”라 했다.

같은 맥락에서 보면 은혜를 발견할 수 없는 곳에서 은혜를 발견하고 감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감사하는 것이 진정한 감사일 것이다. 코로나19는 자신에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줬으며 감사일기와 같은 돌리는 마음공부의 기회를 줬다. 이를 통해 우리의 마음만큼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고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심리백신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1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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