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별로 인한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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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별로 인한 착각
  • 김관진 교무
  • 승인 2021.02.03 18:18
  • 호수 1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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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공부 문답감정16

#마음일기

소란스러운 소리에 잠을 깨어보니 새벽 4시가 조금 안 된 시간이다. ‘어젯밤 앞집에서 증축공사를 늦게까지 하더니 아저씨들 고생하시네’ 하고 이른 새벽이라 조금 더 잘 요량으로 잠을 청하는데 공사 소리가 이만저만 시끄러운 게 아니다. 10여 분이 지나자 슬슬 짜증과 원망이 일어난다. 이유야 있겠지만 ‘사람들이 잠든 새벽까지 일을 해야 하나’ 하는 마음이 든다.

앞집 영업장이 평소에 우리에게 피해를 얼마나 많이 주고 있는데, 이건 정당하게 알려야 한다는 마음이 일어난다. 정말 귀찮았지만 문자를 보냈다.

“사장님 무슨 일을 이렇게 무리하게 진행하시나요? 가만히 있으려 했는데, 도무지 참을 수가 없네요.” 답이 없다. 커텐을 열고 앞집을 내다봤다. 새로 증축한 건물에 역시나 불이 켜져 있다.

다시 자리에 누웠는데, 우리 집 건물마저 덜덜거린다. 해도해도 너무한다. 또 한 번 문자를 보냈다. “저 건물 증축 신고는 하신 건지….” 도무지 잘 수가 없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난 할 만큼 했다는 마음이 들었다. 걱정과 달리 좌선시간에는 공사장 소리가 조용하다. 아침이 되어도 조용하다. ‘참 이상한 사장님이네, 어차피 오후부터 영업하는데 오전에 마무리 해도 될 일을 그 한밤중에 그 난리를 친 건가?’

의아해하고 있는데 별안간 스치는 한 생각. ‘아! 오늘 새벽에 정화조 작업 한다고 했지!!’

그 요란한 공사 소리는 앞집 소리가 아니고 우리 집 정화조 작업 소리였던 거다. 나는 앞집 사장님에게 서둘러 다시 연락을 했다. “새벽에 문자 해서 죄송합니다. 정화조 작업소리를 공사소리로 착각했네요.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최후일념이 최초일념이라고 했다. 밤늦게 공사하는 소리를 듣고 잠을 자니 새벽에 들리는 소리도 당연히 공사소리일 거라고 생각한 나의 착각. 어제 아침 회의 시간에 분명 정화조 작업을 한다고 들었는데, 무심코 들으니 염두에 두지 않아 큰 실수를 한 것이다.

어제 밤늦은 시간까지 공사하고 새벽까지도 건물에 불이 켜져 있으니 당연히 그곳에서 공사가 계속 되는 줄 알고 완전 착각을 했다. 전도몽상이 이런 거구나. 내가 본다고 본 그것이 사실이 아닐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매사에 겸손해야겠구나. 우리 집 일에 무심한 나를 알아채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분별하는 시비에 대해 깊이 성찰하는 계기가 됐다.

 

#문답감정

평소에 식당과 카페를 운영 하고 있는 맞은편 집으로 인해 많은 불편이 있었고 또 최근에 확장 공사로 인해 장기간 소음이 발생하니 경계입니다. 더구나 밤늦은 시간의 소음은 참고 넘겼지만 이른 새벽에 잠을 깰 정도로 요란한 소리는 도저히 감내하기 어려워 화가 났겠지요.

하지만 늦은 밤의 공사 소리와 새벽을 깨우는 소리는 분명 다른 곳의 소리였음에도 심중에 불편함을 담고 있었기에 그 불편함이 가중하여 더 큰 화가 일어나게 되고, 상대를 비난하게 됩니다. 이러한 경계는 누구나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일이 언제나 처음이요 한 번이요 늘 시작이어야 함을 챙기게 됩니다.

그 자리가 원래는 없건마는, 그 온전한 마음으로 늘 마음 저울이 영(0·大)에서 시작해야 정확한 무게를 담아내는(小, 有無) 이치를 깨닫게 됩니다. 일과 인연에서 불편한 상황을 마음에 담고 있으면 올바른 시비를 그르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렇게 본인의 취사를 세밀히 대조하는 일기를 통해 마음이 거듭나니 일마다 온전한 한 마음, 한 마음을 잘 챙기고 살피는 힘이 확장될 것입니다.

2월5일자 

김관진 교무<br>봉도청소년수련원 원장
김관진 교무
봉도청소년수련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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