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조요경] 그 원력願力을 뭉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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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조요경] 그 원력願力을 뭉치라
  • 박세웅 교무
  • 승인 2021.04.04 02:32
  • 호수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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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조요경 다시읽기4
박세웅<br>원광대 마음인문학연구소 HK교수
박세웅
원광대 마음인문학연구소 HK교수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아버지는 5년간의 폐암 투병 끝에 열반의 길로 가셨다. 한밤중 홀로 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보다가 암 선고를 받은 날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기도를 올렸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어느 날 아버지에게 무심코 물어보았다.

“아버지, 더 오래 살게 해달라고 기도하시는 거예요?”

“내가 이제 와서 무슨 여한이 있겠냐. 그저 자식들 잘 지내고 다음 생에는 원불교 교무 하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평소에 그러한 원력으로 죽음을 준비하였기 때문이었을까. 암세포가 뇌로 전이되어 갑작스럽게 큰 수술을 하게 되었고, 그 후유증으로 잠시 기억상실증을 겪고 있을 시기에 병상에 누워있던 아버지가 나를 보며 했던 첫마디는 이러했다.

“누구세요? 혹시 원불교 알아요? 원불교 다니는 사람처럼 생기셨네.”

『금강경』 3장에서 부처는 “구류중생을 내가 다 남음이 없는 열반에 넣어 멸도 시키리라.”(九類衆生 我皆令入 無餘涅槃 而滅度之)고 말씀한다. 여기서 구류중생이란 중생의 세계를 아홉 가지로 분류한 것인데 좌산상사는 이를 중생의 마음 세계로 비유하여 크게 생태사중생[태(업습성)·난(미혹성)·습(사특성)·화(취향성)]과 상념오중생[유색(현실지향)·무색(이상지향)·유상(사상지향)·무상(무념무위지향)·비유상비무상(초월지향)]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부처는 이러한 갖가지 중생심을 원래에 분별·주착이 없는 열반의 도가니에 넣어서 다 녹여버리고 그 가운데서 순수한 보리심만을 뽑아내고자 하였으니 멸(滅)이란 곧 살(殺)이요, 도(度)란 곧 활(活)을 의미한다.
 

마음이란 풀어지기 쉽고 경계에 부딪히면 흔들리기가 쉬우며 생활의 복잡함을 따라 조금만 방심하면 부지불식간에 본분을 망각할 염려가 있다. 그러므로 소태산 대종사는 시간을 지낼 때마다 경계를 대할 때마다 취사의 대중으로 우리의 본래 서원을 생각해보라고 말씀하신다.


소태산 대종사는 오욕을 다 없애고 수도에 전일하여 부처와 같이 한가롭고 넉넉한 생활을 하는 방법을 묻는 제자에게 다음과 같이 답한다. “욕심은 없앨 것이 아니라 도리어 키울 것이니, 작은 욕심을 큰 서원으로 돌려 키워서 마음이 거기에 전일하면 작은 욕심들은 자연 잠잘 것이요, 그러하면 저절로 한가롭고 넉넉한 생활을 하게 되리라.”

마음이란 풀어지기 쉽고 경계에 부딪히면 흔들리기가 쉬우며 생활의 복잡함을 따라 조금만 방심하면 부지불식간에 본분을 망각할 염려가 있다. 그러므로 소태산 대종사는 시간을 지낼 때마다 경계를 대할 때마다 취사의 대중으로 우리의 본래 서원을 생각해보라고 말씀하신다. 부처 또한 마음공부를 해나가는 우리가 제생의세의 서원과 하나 되고 그 원력을 뭉쳐가는 노력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함을 강조한 것이 아닐까.

한편 소태산 대종사가 “큰 원이 있은 뒤에 큰 신이 나고, 큰 신이 난 뒤에 큰 분이 나고, 큰 분이 난 뒤에 큰 의심이 나고, 큰 의심이 있은 뒤에 큰 정성이 나고, 큰 정성이 난 뒤에 크게 깨달음이 있게 된다”고 말씀한 것을 보면 서원을 세우고 원력을 뭉치는 것은 마음공부의 과정에서 그 기점으로써 매우 중요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면서도 부처는 그 마음 가운데 ‘내가 중생을 제도할 것이다’ 또는 ‘내가 중생을 제도했다’라는 한 흔적이라도 있게 되면 이로 말미암아 아상(我相, 자기 자신에 집착상)·인상(人相, 인간중심의 집착상)·중생상(衆生相, 열등감에 집착상)·수자상(壽者相, 우월감에 집착상)에 사로잡히게 됨을 크게 경계하기도 했다.

두 성인의 가르침에 따라 우리도 마음공부와 마찬가지로 서원에도 공을 들여 원력을 뭉쳐가야겠다. 특신급에서의 원력이 상전급의 원력으로 커나가서 점점 항마위와 출가위 나아가 여래위의 원력으로까지 말이다. 『금강경』의 가르침을 빌러 아버지의 그때 그 물음에 이제야 답해본다.

“아버지! 그 원력을 뭉치고 뭉치시어 법연으로 다시 만나요.”

4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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