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칼럼] 학교폭력 멈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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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칼럼] 학교폭력 멈춰!
  • 이여진 교도
  • 승인 2021.04.11 01:29
  • 호수 1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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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진 강남교당 교도서울교사회장
이여진
강남교당 교도
서울교사회장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여고, 남고, 남녀공학, 특성화고, 일반고, 강남, 강북 등 서울 구석구석의 고등학교를 근무하다가 올해, 8번째 전보 발령을 받아 새 학교로 이동을 했다. 학생들이 새 학기가 되면 새로운 교실·친구·선생님에 대한 설렘이 있듯이, 교사들은 설렘과 더불어 여러 가지 고민을 하게 된다.

“올해는 어떤 아이들과 공부를 할까? 이 아이들과 소중한 인연을 어찌 잘 이어 나갈지? 어떻게 공부하지 않는 장난꾸러기 녀석들의 성적을 올릴 수 있을까? 덩치 큰 남학생들에게 학기 초 힘겨루기에서 밀리면 안 되는데”라고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해가 지날수록 학생들에게 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일을 벌이기보다는 학교에서 혼자 노는 외톨이나 학교폭력, 왕따 등으로 힘들어하는 아이가 있는지, 혹시 그것으로 인해 자살을 생각하는 학생들이 있는지를 살피게 된다.

요즘 학생들은 과거에 비해 자기주장이 강한 편이다. 따라서 자존감이나 자신감이 부족한 학생이거나 천성적으로 유약한 학생들은 다인수 교실 환경에서 상처를 입기가 쉽다. 대다수 학생은 그럭저럭 적응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그렇지 못한 것 또한 사실이다. 아픈 손가락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런 학생들에게 마음이 더 가면서, 때로는 안쓰럽고 때로는 염려스럽다.

학기가 시작되고 한 달 정도 지나면 종종 학교 내에서 폭력 문제가 불거져 나온다. 남학생의 경우 기세를 잡기 위한 서열 다툼이 벌어지고 사소한 시비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도 한다. 간혹 학부모가 가세하면서 감정싸움으로 비화하여 변호사까지 선임하고 학교 밖 소송까지 이어지기도 하며 피·가해 학생 모두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된다.
 

학교폭력으로 고통을 받다가

자살로 이어지는 안타까운 상황이

해마다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따라서 초기에 폭력의 징후를 인지하고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 아이에 대한 관심과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최근의 여자 프로배구에서 시작한 학교폭력 논란이 다른 스포츠, 연예계, 그리고 일반인들까지 번지고 있다. 공소시효가 이미 지나 학창 시절 가해자들에게 법적인 책임을 묻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지난 일을 문제 삼는 이유는 그만큼 피해자가 느끼는 고통이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고, 지금이라도 그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가 아닐까?

학교폭력으로 고통을 받다가 자살로 이어지는 안타까운 상황이 해마다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따라서 초기에 폭력의 징후를 인지하고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 아이에 대한 관심과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표정이 어둡고 우울해 보이거나, 성적이 떨어지고, 위생, 청결 상태가 좋지 않으며, 평소와 달리 숙제를 잘 안 해가고, 무단 지각, 조퇴, 결석을 자주 한다면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그리고 평소 대화를 통해 심적 고통을 쉽게 표현할 수 있는 편안한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
 

누구의 탓으로 돌리기보다

먼저 아이의 고통에 대한 진정성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어려움에 대한 공감과

위로를 통해 우선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부터

가정, 학교가 연대하여 모색해야 할 것이다.

자살을 생각하는 자녀를 대할 때 부모는 화를 내거나 비난하거나, 스스로 자책하기가 쉽다. 하지만 이런 행동은 자녀와의 관계를 더 멀어지게 만들뿐이다. 죽을 용기로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거나 누구나 그 정도의 고통은 겪는다는 등의 말은 오히려 심신의 고통을 겪고 있는 자녀의 입을 닫게 만들 수 있다.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아이의 심리상태는 예민하고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누구의 탓으로 돌리기보다 먼저 아이의 고통에 대한 진정성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어려움에 대한 공감과 위로를 통해 우선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부터 가정, 학교가 연대하여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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