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언] 교단 3대말, 반드시 해야 할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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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 교단 3대말, 반드시 해야 할 ‘숙제’
  • 라도현 교도
  • 승인 2021.04.11 02:44
  • 호수 1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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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3대 말 4대 초를 앞두고

 

 

이젠 모든 면에서 잘못된 과거와 단절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쓰나미와 같은 시대 변화에

우린 모두 침몰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그토록 찬탄해온 교법을 가지고도

이렇게 결국 가라앉아버린다면,

전국 곳곳에 있는 교단의 수많은 재산이

다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라도현 화정교당 교도
라도현
화정교당 교도

교단 2세기도 어느덧 5년이 흘렀습니다. 이 세상은 쉼 없이 변하고 있고 유한한 생명체인 저도 과거보단 훨씬 빠르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작년 가을부터는 이명(耳鳴)이 찾아오더니 허공에 실오라기가 떠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비문증(飛蚊症)이 생겼습니다. 의학 정보에 의하면 모두 노화에서 오는 병이라고 합니다. 계속되는 노인성 원시(遠視)와 함께 빠르게 떨어지는 기억력을 보면서 옛 어른들이 말씀하시던 몸의 노화를 나날이 실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이 몸에 닥친 노화 증세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걱정스러운 우리 교단의 노인성 병증에 대해서 짚어보려고 합니다. 인간의 노화는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숙명입니다. 개교 백 년을 갓 넘은, 젊은 우리 종단의 노화도 그럴까요? 지금쯤 우리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았으면 합니다.

5년 전, 교단 100주년 잔치를 성대하게 치른 뒤 우리는 지금 어떤 길을 가고 있습니까? 교단 2세기의 비전이 세워져 있고 그것을 조금씩 실천해가고 있습니까? 원기106년인 지금 무언가 변화의 새싹이 나타나고 있습니까? 우리의 미래에, 비록 작더라도 희망의 불빛이 보이고 있습니까? 우리 교단은 새로운 면모로 교도들에게 새로운 의지를 심어주고 있습니까? 교단은 신앙과 수행에 있어서 교도들에게 모범을 보여주고 있습니까?

교단 2세기를 앞두고 성대하게 계획했던 것들은 거의 말 잔치로 끝나고, 지금 남은 것은 서울 소태산기념관 말고는 없습니다. 작년부터 불어 닥친 코로나 사태로, 그나마 머릿속에 있던 희미한 기대마저도 지금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제 우리는 막연히 가져왔던 교단 2세기의 희망에서 다시 구태의연하고 무기력한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습니다. 이대로 계속 간다면 앞으로 20년 후쯤에는 전국의 교도수가 7~8천 명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이젠 모든 면에서 잘못된 과거와 단절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쓰나미와 같은 시대 변화에 우린 모두 침몰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그토록 찬탄해온 교법을 가지고도 이렇게 결국 가라앉아버린다면, 전국 곳곳에 있는 교단의 수많은 재산이 다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자, 앞으로 3년 후에는 교단 3대 말이 지나고 4대가 시작됩니다. 과연 우리는 교단 4대를 그저 구호가 아니라 참으로 변화되는 시대로 시작할 수는 없을까요? 지난날들의 잘못된 관행을 부수고 교단을 기사회생시키는 데에 교단 지도부가 전격 앞장설 수는 없을까요?

지나온 3년을 한번 생각해봅시다. 앞으로 다가올 3년도 곧 그렇게 지나갈 터인데, 이대로 어물쩍하면 교단 4대에는 주로 80대 노령들만 있는 참담한 미래가 눈 앞에 펼쳐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겠습니까? 그동안 우리의 교법을 역류(逆流)했던, 퇴행적(退行的) 관행으로부터 시급히 벗어나야 합니다. 소태산 대종사께서 세우셨던 교단의 원래 모습을 복원해야 합니다. 우리의 정법을 드러내어 온 세상에 대종사의 후예들이 나타나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무엇부터 바꿔야 하겠습니까?

첫째, 지난 세기에 임시적으로 운영해왔던 교법과 정반대인 관습들, 편법적인 관행을 하루속히 폐지하고, 교법에 부합하는 교단을 운영합시다. 물질사업보다 제도사업 우선, 지자본위 실행, 재가출가 차별철폐 단행, 투명한 인사정책 실시, 그리고 교법에 어긋나는 선거제도를 혁신합시다.

둘째, 너무나도 부풀려진 법위 매김을 완전히 정상화합시다. 교단 3대까지의 법위는 전(前)법위라고 하고, 교단 4대부터는 후(後)법위라고 부릅시다. 앞으로는 정식특신급만 되어도 주위에서 인정받는 법위가 되게 합시다. 이 법위 문제를 바로잡지 못하면 우리는 더욱더 세속화와 아만심의 깊은 수렁에 빠져, 다시는 소태산의 정법(正法)을 회복하지 못할 것입니다.

셋째, 위와 같은 근본적 혁신을 통해서 존경받고 신뢰받는 교단 지도부가 들어서서 우리 재가출가자들의 진정한 희망이 되도록 합시다.

아무도 희망을 말하지 않는 지금, 우리 교단이 이 숙제를 해내지 못한다면, 소태산의 정신개벽 운동은 사실상 우리 대에서 끝날 것입니다. 미래의 원불교는 유교처럼 경전만 남아 전하는 종교가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교단의 사활과 우리의 미래가 걸린 이 숙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부디 함께 마음 모으기를 기대합니다.

4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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