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의사 드소토 선생님』 … 호의와 권리 사이
상태바
『치과 의사 드소토 선생님』 … 호의와 권리 사이
  • 김화이 객원기자
  • 승인 2021.05.24 21:33
  • 호수 12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림책 산책 16
『치과 의사 드소토 선생님』
윌리엄 스타이그 글·그림
조은수 옮김/비룡소/1995년

 

치과 의사 드소토 선생님은 이를 고치는 솜씨가 좋아 늘 환자들이 줄을 섭니다.

몸집이 크면 큰 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환자의 조건에 따라 맞춤 의료를 선보이는 친절한 의사죠. 개중에 아주 몸집이 큰 동물은 특별히 마련된 방에서 치료하는데, 이때 조수인 아내가 당겨 주는 도르래를 타고 환자 입까지 올라가는 직업정신은 가히 존경스럽습니다.

그토록 친절한 그에게도 한 가지 철칙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본인이 ‘쥐’이기 때문에 쥐를 위협하는 동물은 치료하지 않는다는 것! 그런데, 어느 날 신념이 흔들리는 상황이 벌어져요. 이가 너무 아프다며 찾아온 여우가 무릎을 꿇고 울며 제발 치료해달라고 애원하죠. 아픈 환자를 돌봐야 한다는 사명감과 자신의 안전 사이에서 고민하는 의사 선생님에게 현실의 꼬마 독자들이 소리칩니다.

“거절해! 거절해!”

여우의 교활함을 생각하면 결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만, 드소토 선생님은 아내와 상의 끝에 그를 치료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슬픈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죠?

드소토 선생님이 심하게 썩은 어금니를 치료하는 동안, 여우는 꿈나라에 빠져들어 잠꼬대합니다.

“음, 음 음냐…, 날로 먹으면 정말 맛있을 거야. 소금을 솔솔 뿌리고,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채로 포도주랑 꿀꺽하면….”

아뿔싸! 물에 빠진 놈 건졌더니 내 봇짐 내놓으라고 한다더니, 선생님 부부는 여우의 의중을 알고 기겁합니다. 그리고 그날 밤 대책 회의를 합니다.

다음 날, 약속 시간에 찾아온 여우에게 드소토 선생님은 금니를 끼워주었고, 배은망덕 여우는 여전히 의사 선생님 부부를 잡아먹을 생각에 군침을 흘려요.

“안 돼!”를 외치는 꼬마 독자들에게 안심하라는 듯 의사 선생님은 밤새 생각한 묘안을 실천에 옮깁니다.

여우는 운 좋게도 죽을 때까지 이가 안 아플 ‘특별 치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치료가 끝나고 비틀거리며 계단을 내려오는 여우의 낯빛은 이상하게도 어둡기만 합니다. 드소토 선생님의 특별 치료에는 과연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요?

5월 28일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