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나의 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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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나의 보배
  • 박세웅 교무
  • 승인 2021.06.03 01:09
  • 호수 1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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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조요경 다시읽기6
박세웅<br>원광대 마음인문학연구소 HK교수
박세웅
원광대 마음인문학연구소 HK교수

예비교무 시절, 만나는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에 하나는 “어떻게 하다 출가를 하게 되었어요?”였다. 원로 스승들을 모시고 법문을 듣는 날이면 가장 많이 듣는 말씀 중에 하나는 “너희들이 전생에 무슨 복을 지어서 이 공부를 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였다.

당시 출가 동기가 어머니와 같이 보살펴주던 한 교무님의 따뜻한 마음에 보은하고자 하는 것이 전부였던 나에게, 소태산 대종사를 만나 마음공부를 하는 것이 전생에 지은 복 때문이라는 말씀은 선뜻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어떻게 이 법을 만났을까’ 하고 천만다행이라 느끼면서도 한편으로 영생을 위해서 어디에 공을 들이고 살아야 하는가를 짐작할 수 있었다.

『금강경』 6장에서 수보리는 부처가 앞서 대자대비의 법문으로 여래의 실상 자리를 보여주었지만, 과연 이후에도 이러한 말씀을 전해 듣고 실다운 믿음을 낼 수 있는 자가 있을 것인가 의심하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실다운 믿음이란 주변에서 ‘먹기만 먹으면 선약이다’라고 말하니까 ‘과연 그것이 선약인가 보다’ 하고 막연히 믿는 정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자기가 직접 먹어보고 어떠한 순역의 경계에도 흔들리지 않는 확고부동한 믿음이 세워진 것으로서 세상 사람들이 모두 아니라고 부정한다 할지라도 나 홀로 보배로 여기고 지킬 수 있는 믿음을 가리킨다.

부처는 수보리의 의심에 대해 그런 말을 하지 말라 타이르며 “여래가 멸한 후 말법(末法) 시대에도 계행을 지키고[持戒] 복을 닦는[修福] 자가 있어서 이 말씀에 신심을 내어 이로써 실다운 보배를 삼을 것이다”라고 말씀한다.

부처의 말씀을 자상히 헤아려보면 『금강경』을 보고 실다운 믿음이 세워졌다는 것은 결국 그 사람이 평소에 안으로는 자유방종 하지 않고 계행을 철저히 지켜나가고 밖으로는 일체의 복을 지으려는 수행의 적공이 사무쳤기 때문이지 결코 아무렇게나 오다가다 열리는 세계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좌산상사는 이에 대해 “스스로가 구천에 사무치는 정성으로 지계수복의 경지에 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지 않는다면 아무리 『금강경』을 보고 듣는다 할지라도 자극을 받지 못한다”고 말씀한다.

전산종법사는 원불교를 만나 입교하고 귀의하게 된 것도 어떻게 하다 보니 들어왔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그 어떻게 하다’가 그냥 어떻게 하다가 아니라 전생에 상당한 공을 들였기 때문이라 말씀한다. 그러나 아무리 전생의 공덕으로 이 회상에 들어왔다 할지라도 그 행복감과 다행함을 오래 지니기 위해서는 반드시 적공이 필요하다. 스스로 적공하는 자에게 비로소 『금강경』이 수행상의 자극이 되어 가슴 깊이 스며드는 것처럼 말이다.

부처의 말씀대로라면 적공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평소의 계행이다. 대종사도 열반하시기 전 가장 큰 염려 중에 하나는 계행을 함부로 하는 것이었다.

“앞으로 내가 없으면 마음이 허황하여져서 계문을 등한히 여길 무리가 나올 것이다. 계문을 범하는 자는 곧 나를 멀리한 자요, 계문을 잘 지키는 사람은 곧 나와 함께 있는 사람이니 삼십계문을 특히 잘 지키라.”(『대종경선외록』 2.유시계후장 20절)

앞서 지계수복하는 자가 『금강경』을 실다운 보배로 삼았다는 것은 천년의 탐낸 물건은 결국 하루아침의 티끌과 같이 허망한 것이요, 사흘의 마음공부는 천 년의 보배로 진실한 것임을 안 것이다. 소태산 대종사도 영원한 나의 보배로 소유할 만한 것은 ‘정법에 대한 서원’과 ‘그것을 수행한 마음의 힘’이라 말씀하며 서원과 마음공부에 끊임없는 공을 쌓아 한없는 세상에 혜복의 주인공이 될 것을 당부한다.

우리가 이 생 뿐만 아니라 다음 생에도 또 다음 생에도 삼세 제불제성을 모시고 이 공부 이 사업을 떠나지 않고자 서원한다면 스승들이 한결같이 제시하는 방법은 하나다.

“이 선약, 네가 먹으라.”

6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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