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어머니, 오~ 나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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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어머니, 오~ 나의 어머니
  • 장준태 교도
  • 승인 2021.08.17 13:04
  • 호수 1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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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리실천강연│장준태 가락교당 교도

나를 키운 세 분의 어머니

저에게는 저를 키워준 세 분의 어머니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저의 작은어머니입니다. 작은어머니는 저희 집안에 처음 원불교를 소개해 주고, 저의 어머님과 친척들을 입교시켰으며, 집안의 제사의식을 원불교식으로 정착하는 데 힘써 주셨습니다. 작은어머니는 박청수 교무님이 강남교당에서 재직할 때, 40년간 지근에서 보필하며 50여 개국을 돌며 해외 교화에 직접 참여했습니다. 캄보디아 프놈펜에는 당신의 이름으로 원불교 법당도 지어 주었습니다. 집안에서 뵐 때면 늘 단아했고, 방안은 정리정돈 된 불전도구와 원불교 서적 몇 권이 전부였습니다. 평생을 원불교와 함께했는데 젊어서부터 몸이 약해서 69세의 나이로 일찍 열반에 들었습니다.

두 번째 저를 키워 준 어머니는 장모님입니다. 장모님 역시 올해 3월 1일 79세의 나이로 열반하셨습니다. 결혼 이후부터 원불교를 신앙해 항상 집안에는 원불교 관련 사진과 액자, 서적들이 있었습니다. 몸이 좋지 못해 교당에 다닐 수 없을 때는 항상 집에서 법회 시간과 기도 시간을 지켜 혼자서라도 신앙생활을 하셨습니다. 집안 곳곳에 당신이 좋아하는 법문들을 넣어뒀다가 항상 챙겨볼 만큼 원불교 이야기라면 그렇게 좋아할 수 없었습니다.

세 번째로 저를 낳고 키워준 어머니입니다. 제가 대학생이 되었을 때 아무 말씀 없이 저의 손을 잡고 강남교당 청년회에 가입시켰습니다. 그 후 화정교당에 다닐 때는 2주간 교당을 쉰 적이 있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요즘 교당 안 나가냐’고 전화를 하셨습니다. 그 뒤로는 저에게 원불교와 교당에 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어머니는 지금 알츠하이머를 앓고 요양병원에서 지내신 지 2년이 되어갑니다. 어머니는 저와 아내가 원불교에서 만나 결혼한 것이 큰 기쁨이라 했습니다.

어머니는 항상 아침에 옥탑방에 올라가 기도 생활을 하고, 교당 생활도 잘 했습니다. 일찍 찾아온 치매로 인해 자식들 이름도 기억하지 못할 때에도 일원상서원문, 반야심경, 영주 등은 곧잘 따라 했습니다. 치매로 친척들 얼굴은 잊어도 교무님을 뵈면 얼굴이 환하게 밝아지면서 아는 기색을 합니다. 참 신기한 일이죠.

 

나의 신앙·수행

이러한 세 분의 어머니를 모시고 살면서 나의 신앙·수행도 달라졌습니다.

먼저 신앙생활입니다.

원불교에 들어오면 가장 많이 듣는 말 중에 하나가 ‘불생불멸에 대한 진리와 인과보응에 대한 이치를 믿어야 한다’는 말일 것입니다. 인과보응에 대해서는 이해가 가고 믿음이 갔으나 불생불멸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시간이 지나고 법회를 통해 여러 교무님들의 설법을 받들면서, 그리고 열반인들을 위한 천도재에 참여함으로써 차츰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의 육신은 지수화풍으로 사라지지만 우리의 영은 다시 새 몸을 받아 새롭게 태어난다는 것이죠. 인과를 알게 되면서부터는 항상 조심하려고 합니다.

다음은 수행생활입니다.

원불교 교법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신앙과 수행 어느 하나에 치중하는 종교가 아니라 신앙과 수행을 병행해 간다는 점입니다. 저는 일상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마음공부를 해 오고 있다고 자부했습니다. 그런데 책 읽을 때의 차분한 마음이 일상생활 속에서 요란해지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교전에서 밝혀준 정기·상시 훈련법대로 하지 않고 나름의 방식으로 훈련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던 중, 현 교무님이 부임하면서 마음일기 책자의 계문을 꼼꼼히 체크하게 됐고, 전산종법사님의 취임 법문 ‘상시훈련’을 생활에 대조하며 조금씩 변화하고 있습니다. 정기·상시일기를 기재하는 것이 하루 일과가 되었습니다. 아침 심고로 시작해 계문체크와 조석심고로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저는 17년간 매일 아침 4시 30분에 기상하여 2시간가량 운동을 해왔습니다. 조깅을 통해 머릿속에 풀리지 않는 고민을 정리하고 그날 해야 할 일을 생각했습니다. 운동하며 수양공부를 한 셈이죠.

그런 제가 요즘은 힘든 일이 생기면 교리적으로 해결해 보려고 시도합니다. 내가 왜 그 상황에서 화를 냈는지, 상대방에게 말과 행동으로 실수는 하지 않았는지, 지금 계문을 어기는 행동은 아닌지, 이생에 지은 업으로 다음 생에 악업으로 받는 것은 아닌지 저를 돌아봅니다. 사뭇 달라진 저의 모습을 보며 이 또한 오랫동안 지속해온 원불교 공부의 덕택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요즘은 힘든 일이 생기면 교리적으로 해결해 보려고 시도합니다.

내가 왜 그 상황에서 화를 냈는지,

상대방에게 말과 행동으로 실수는 하지 않았는지,

지금 계문을 어기는 행동은 아닌지,

이생에 지은 업으로 다음 생에 악업으로 받는 것은 아닌지 돌아봅니다.

사뭇 달라진 저의 모습을 보며 이 또한 오랫동안 지속해온

원불교 공부의 덕택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나의 서원, 가족교화

요즘은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사은님 감사합니다.’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그리고 아침 심고로 하루를 시작해서 계문 체크와 그날의 법문 말씀을 되새기며, 오고 가는 길에 성가를 머릿속으로 흥얼거리고, 저녁에는 집으로 돌아와 법문사경과 저녁 정진으로 마무리합니다.

원불교 공부는 자신의 법위등급에 따라 보이게 되고 들리게 되고, 실행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꾸준히 정성을 들여야 합니다.

저는 장모님이 임종하실 때 했던 약속이 있습니다. 가족들과 친목과 화합으로 잘 살겠다고 했지만 본심은 원불교 가족교화를 해보겠다는 다짐이었습니다. 장모님 천도재를 모시는 동안 외손녀 6명의 고사를 들어보니 모두가 할머니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장모님이 원불교 신앙과 수행으로 참 잘 살으셨구나’ 하고 저도 그 뒤를 따르고자 다짐합니다.

정리=강법진 기자

 

 

8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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