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토끼와 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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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토끼와 호랑이
  • 조상덕 교도
  • 승인 2021.09.07 19:10
  • 호수 1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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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와 호랑이가 사랑에 빠졌다. 토끼는 사랑하는 호랑이에게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토끼풀을 뜯어다 주었다. 호랑이 역시 사랑하는 토끼를 위해 갓 잡은 노루를 선물했다. 그들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호랑이는 토끼가 형편없는 맛의 토끼풀을 선물한 것을 보고 필시 토끼는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토끼 역시 호랑이가 잡아 온 노루를 보며 언젠가 자신 역시 노루처럼 잡아먹힐 거로 생각했다. 결국, 그들은 서로를 원망하다 헤어지고야 말았다.

작가 게리 채프먼은 『5가지 사랑의 언어』라는 책에서 사람마다 다른 기준으로 사랑을 느끼며, 상대가 느낄 수 있는 방법으로 사랑을 표현해 주어야만 비로소 온전하게 전달된다고 했다. 토끼와 호랑이의 엇갈린 사랑 역시 불공해야 할 상대를 깊이 연구하지 못한 부족함으로부터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나 역시 동일한 오류를 범하곤 하는데, 맛있다며 동료에게 건넨 빵이 하필 그의 다이어트를 망친 계기가 된다거나 나의 어린시절을 빗대어 아이에게 무언가를 하라거나 혹은 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일은 모두 토끼와 호랑이가 했던 그것과 다르지 않다.

불공은 언제나 상대가 기준이 되어야 옳다. 내가 줄 수 있는 것, 주고 싶은 것을 주는 게 아니라, 상대가 받을 수 있는 것, 받고 싶은 것을 건넬 때 비로소 그 속에서 은혜가 발현된다.

머리로는 누구나 아는 이 간단한 원리를 삶에서 실천하기란 녹록지 않다. 습관적으로 나의 입장과 주장이 더 중요하고 옳게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 지극히 주관적인 시비의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것이 어렵다. 그럼에도 부지런히 상대 불공에 정성을 들이는 이유는 진심으로 그들의 행복을 바라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그들의 행복이 나의 그것과 요원하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진심은 언젠가 전해진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진심은 상대가 알아들을 수 있게 건네야 비로소 전해진다. 그 몫이 철저히 나 자신에게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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