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종교무의 길] 뿌리 깊은 마음은 바람에 아니 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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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종교무의 길] 뿌리 깊은 마음은 바람에 아니 뮐세
  • 정효천 교무
  • 승인 2021.09.08 00:23
  • 호수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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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종교무의 길 13
정효천 교무<br>군종교구·제52보병사단
정효천 교무
군종교구·제52보병사단

부대에 출근하면 가장 먼저 바라보며 마음의 인사를 나누는 대상이 있다. 하얀 도자기 화분에 심어진 ‘테이블야자’이다. 이곳에 부임 후, 전 교화지에서 맺어진 인연이 보내준 소중한 깜짝 선물이다.

깨끗한 공기와 함께 선하고 좋은 영향력을 더욱 널리 선사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새로 부임한 부대에서 교화하는 시간이 조금은 버겁게 여겨질 시기에 받은 선물이란 더없이 고맙고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으며,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에서 마주하는 든든한 마음챙김의 동반자이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잎은 무성하고 커지는데 전체적으로 빛을 잃고 힘겨워하는 것을 발견했다. 물과 빛이 부족한가 싶어 조치해도 상태는 나아지지 않는다. 가만히 관찰하니 무성한 잎 사이로 밑에서 힘차게 뻗어 올라가는 새로운 줄기들이 보였고, 결국 가지치기를 해 줘야 할 때가 왔음을 알아챘다.

가지와 잎들이 풍성해져 오히려 서로의 성장을 방해하며 지쳐가는 모습이 마치 어려운 여건 가운데 교화에 대한 수많은 생각과 고민으로 번민을 키우는 나의 거울과 같았다. 이제는 끊고 내려놓아 새로운 성장의 빈 공간을 만들어두는 것이 올바른 수행임을 알면서도 바쁘다는 핑계로, 어렵다는 자기 위로와 변명으로 허송 시간만 보낸 날들이 반성이 된다. 빈 공간을 바탕으로 새롭게 올라오는 가지가 더욱 힘을 뻗고 다른 잎들도 생기를 얻는 모습을 바라보며 이 선물을 보내준 인연에게 감사했다.

이제는 소위 계급장을 달고 초임장교로서 강원도 고성에 근무하고 있는 그는 결코 수월하지 않은 새로운 환경에서, 많은 것에 치이며 수많은 고민에 쌓여있을 것이다. 그와 마음을 연하고, 그 과정에서 조금은 내려놓음의 순간을 만들어 자신을 위한 빈 공간의 여유를 찾기 바라는 기도의 응원을 보내본다. 지치고 힘들 때 안부의 고마움과 함께 숙소 근처의 교당에 가보려 했는데 코로나가 발목을 붙잡는다는 그의 안타까움이 전해온다. 빨리 경종 소리와 교무님들의 설교를 들으며 마음의 여유를 되찾고 싶다는 그의 말에 다음의 법문을 통해 전무출신으로서의 몸과 마음을 챙겨본다.

“밖으로 나타난 인물 학벌 등은 겉 인격이요 안으로 양심을 갖춘 것은 속 인격이라, 이를 나무에 비유하자면 겉 인격은 지엽이요, 속 인격은 뿌리니, 그 뿌리를 잘 가꾸어야 지엽도 무성하고 결실도 충실 하나니라.”(〈정산종사법어〉 근실편 14장)

가지치기를 통해 공간을 만들었다 할지라도 그 성장에는 언제든 한계를 다시 맞이하게 된다. 결국은 뿌리다. 뿌리에 뻗어 나갈 힘이 있으면 잠깐의 불편과 복잡함에 두려울 필요가 없다. 지금의 내 생각에는 결코 뻗지 못할 작은 공간에도 반드시 성장의 가지와 잎이 뿌리로부터 새롭게 뻗을 테니. 그렇게 마음공부와 교화로 맺어진 충실한 결실을 꿈꾸며 오늘을 다짐과 희망으로 맞이해본다.

9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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