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오징어 게임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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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오징어 게임을 보며
  • 강법진 편집장
  • 승인 2021.10.16 02:13
  • 호수 1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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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 폭발적 인기를 끌며 화제가 된 한류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넷플릭스에서 하루 만에 몰아봤다. 황동혁 감독은 이 작품을 2008년부터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무려 13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온 아주 낯설지만, 어딘가 모르게 익숙한 작품 속 인물과 그들을 둘러싼 이야기는 오히려 13년 전보다 지금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어린 시절 동네 아이들과 즐겨 했던 ‘놀이’가 누군가가 짜놓은 가상 현실에서 최후 1인을 가리기 위한 ‘서바이벌 게임’이 되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경악했고 때론 공감했다.

여기서 우리를 충격에 빠트린 장면(탈락=죽음 등)이나 설정들은 논란보다는 작품의 장치로 제쳐두고라도 456억이란 일확천금을 따내기 위해 벌이는 456명 참가자들의 욕망과 배신 그리고 연민 등은 드라마를 다 보고 나서도 자꾸 곱씹게 된다. 사채업자에게 쫓겨 신체 포기 각서를 쓴 주인공(기훈)부터 서울대 수재이지만 투자를 잘못하여 빚덩이에 앉은 상우, 탈북하다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버린 새벽이, 이 끔찍한 게임을 만들었지만 자신의 죽음 앞에서는 무력했던 일남, 과거 게임 우승자였지만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한 프론트맨 황인호까지, 결국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는 가여운 중생과 우리의 현실을 대변하고 있었다.

오징어 게임의 진행자 프론트맨은 모든 게임은 평등하고 공정하다고 강조한다. 게임의 파트너를 선택하고, 순서를 정하는 것도 공정하고 평등하게 선택권이 주어진다. 차별과 부조리 속에 살아온 456명의 참가자들을 위한 배려인 것 같지만 결론은 하나, 적자생존의 최후 1인이 되기 위한 룰이다.

인간의 가장 기본권인 생존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탐욕을 부추기는 사회는 아무리 기회가 공정하다고 해도 결국은 상위 1%(VIP)가 짠 판에서 모두 희생자일 뿐이다. 드라마뿐 아니라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다. 하루하루가 적자생존인 사회에서는 아무리 공정한 제도와 시스템이라도 누군가는 끊임없이 피해자가 된다. 하물며 공정하지 못한 낡은 제도, 민주적이지 못한 시스템은 상생과는 거리가 멀다. 기본이 바로 서는 세상을 꿈꾼다.

10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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