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칼럼] 이 가을, 교화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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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칼럼] 이 가을, 교화를 생각한다
  • 전종만 교도
  • 승인 2021.10.16 02:18
  • 호수 1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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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칼럼/ 전종만 교도
전종만&nbsp;수원교당 교도<br>​​​​​​​하나병원 원장
전종만
수원교당 교도
​​​​​​​하나병원 원장

 

사람이 달라질 수 있을까. 〈대종경〉 사경을 하다가 요훈품 38장의 법문 속에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세 가지 제도하기 어려운 사람이 있나니, 하나는 마음에 어른이 없는 사람이요, 둘은 모든 일에 염치가 없는 사람이요, 셋은 악을 범하고도 부끄러운 마음이 없는 사람이니라.” 이 제도하기 힘든 사람들을 정신과 교과서에서는 반사회적 성격장애, 자기애성 성격장애로 분류하고 있다. 이들은 나이를 많이 먹어야 ‘조금’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지만, 치료 성공률은 극히 낮다고 한다.

그렇다면 종교가나 정신과 영역에서 제도하거나 치료하기 어렵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것은 변화의 가능성이 희박함을 뜻한다. 프랑스 작가 ‘장 드 라 퐁텐’의 우화 『전갈과 개구리』는 변하지 않는 동물의 본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개구리 한 마리가 홍수로 물이 분 개울을 건너려 한다. 그때 전갈이 나타나서 자신을 등에 태우고 건너달라고 애원한다. 개구리는 독침을 가진 너를 어떻게 믿고 태워주느냐며 거절한다. 전갈은 만약 독침으로 너를 공격하면 나까지 물에 빠져 죽을 텐데 그런 어리석은 짓을 왜 하겠느냐며 안심시킨다.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개구리는 전갈을 태우고 개울물을 건너기로 한다.

그런데 중간쯤 이르렀을 때 갑자기 물살이 세지면서 개구리의 몸이 비틀거리고 이에 당황한 전갈은 개구리 등을 독침으로 찌른다. 개구리의 몸에 독이 퍼지면서 둘은 모두 물에 빠져 최후를 맞이한다. 죽기 직전 개구리가 전갈에게 묻는다. “이렇게 될 걸 알면서 대체 왜 나를 찌른 거니”. 전갈이 답한다. “나도 모르게 그만…. 그게 내 본성인걸”.

경계를 당하면 인간도 다른 동물처럼 달라지지 않는 어떤 본성이 작동할까. 분명 인간에게도 타고난 본성 혹은 기질이 있다. 하지만 인간은 타고난 것 못지않게 양육의 영향을 받는다. 어떤 부모를 만나 어떻게 양육되느냐와 함께 다양한 경험과 공부를 통해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어떻게 양육시키는지도 매우 중요하다. 후천적인 노력을 통한 변화는 타고난 본성마저 극복하게 만든다. 이 쉽지 않은 변화는 원불교 마음공부의 핵심 가치다. 그래서 포교나 선교라는 말 대신 원불교에서는 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교화(敎化)라는 용어를 쓴다.

 

교화는 원불교 교법으로 사람을 가르쳐서

훌륭한 인격자가 되도록 인도하는 것을 말한다.

인격과 생활의 변화가 그 목표다.

그런데 사람의 인격과 생활이

어디 쉽게 변화할 수 있나.

따라서 종교적인 교화에는

오랜 인내심이 따른다.

교화는 원불교 교법으로 사람을 가르쳐서 훌륭한 인격자가 되도록 인도하는 것을 말한다. 인격과 생활의 변화가 그 목표다. 그리고 교화의 세 방향인 무량법문 교화, 무언실천 교화, 자비인정 교화는 모두 나 자신부터 교화해야 가능하다. 원불교가 자·타력 병진 신앙인 이유는 다른 사람뿐 아니라 자기 자신도 교화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의 인격과 생활이 어디 쉽게 변화할 수 있나. 따라서 종교적인 교화에는 오랜 인내심이 따른다.

중국 극동 지방이 원산지인 모소 대나무는 4년간 겨우 3cm 정도의 죽순으로 자란다. 그러다 5년째 어느 날 갑자기 30cm 이상 자라나 6주 만에 15m까지 성장한다. 4년여의 기다림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마음의 변화에는 속성코스가 없다. 쉽게 되지 않는다고 포기해버리고 살던 대로 살려고 해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견디고 기다릴 줄 아는 사람만이 교화라는 선물을 받을 수 있다.

이 가을. 천지가 탈바꿈하는 자연의 변화를 보며 사색에 잠긴다. 나는 교화가 되었는가. 그리고 교화하고 있는가. 그 방향은 올바른가. 너무 조급한 것은 아닐까. 질문은 쉬지 않는다.

10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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