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발을 통해 본 인류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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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발을 통해 본 인류의 진화
  • 이동하 교도
  • 승인 2021.10.16 02:26
  • 호수 1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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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하의 역사와 경영 이야기
이동하(법명 준원)
솔로몬경영개발원
마케팅연구소장

인간은 두 발로 걷게 되면서 진화하기 시작했다. 암컷을 둘러싼 수컷과 수컷간 경쟁에서부터 인류의 공격적 행동은 시작되었다고 한다. 인류의 진화론적 조상으로 알려진 남아프리카 유인원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땅에 붙은 작달 만한 체격과 짧은 두 다리를 가지고 있었다. 다른 수컷과 레슬링을 통해 승자를 결정했다. 신체를 대신하는 도구가 발달하면서 근력 노동의 중요성이 줄어들고, 민주주의가 성숙되면서 암컷과 수컷의 구별이 없어졌다. 그런데 앉아서 일하고 운전하다 보니 발의 건강이 중요해졌다.

손이 제2의 두뇌라면, 발은 제2의 심장이다. ‘족한상심(足寒傷心)’이란 말이 있다. 발이 차면 심장이 상한다고 한다. 하늘이 있어 공기를 호흡하고, 땅이 있어 먹고 살 수 있듯이, 기업의 공기는 조직 분위기이고, 기업의 먹을거리는 고객에서 나온다. 그래서 잘 나가는 기업의 경영자는 발로 뛰는 현장경영(MBWA (Management by Walking Around)을 중시한다. 글로벌 시대에 발 중에 가장 큰 발은 글로벌이다. 비대면 디지털 거래를 할수록 대면하는 현장을 섬세히 살펴야 한다.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할 때 정감이 교류하고 신뢰가 쌓인다. 안 보면 멀어진다.

발을 보면 그 사람의 건강을 알 수 있다. 건강한 사람과 건강한 조직은 ‘두한족열(頭寒足熱)’ 상태를 유지한다. 입에서 침이 나오고 아랫배가 훈훈해야 혈액순환과 소화가 원활하여 두뇌회전도 잘 된다. 인체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머리는 차고 발은 따뜻하게 해야 한다. 기업은 냉정한(Cool-down) 의사결정, 열정적(Warm-up) 변화추진 속에서 진화하여 나간다. 사람의 노화도 조직의 동맥경화도 발에서부터 온다.

발은 겸허하다. 가장 아랫부분에서 온몸을 지탱하면서 묵묵히 자기 역할을 다한다. 건축물에서 밑돌과 같은 역할을 한다. 땅 위를 걸어갈 때 우리의 발은 가장 많은 운동과 압력을 받는다. 발목, 발등, 발바닥, 발가락, 발톱, 그리고 발뒤꿈치 등 모든 발 부위는 있는 듯없는 듯, 서로 합하여 하나가 되어 변함없이 각자의 소임을 다한다. 발의 소중함은 아파 보아야 안다. 조직에서 발과 같은 구성원은 순자가 말한 ‘고굉지신(股肱之臣)’이다. 이런 사람은 꾸준히 묵묵히 일하는 '꾸묵이'이다. 공은 남에게 돌리고 어려운 일을 찾아서 한다. 입으로 일하고 손발에 때 묻히기를 꺼리는 사람은 무임승차를 즐길 뿐만 아니라 교언영색으로 리더의 눈과 귀를 가린다. 좀비다.

 

발은 겸허하다. 가장 아랫부분에서

온몸을 지탱하면서 묵묵히 자기 역할을 다한다.

건축물에서 밑돌과 같은 역할을 한다.

조직에서 발과 같은 구성원은

순자가 말한 ‘고굉지신(股肱之臣)’이다.

이런 사람은 꾸준히 묵묵히 일하는 '꾸묵이'이다.

변화가 급속한 시대에는

남보다 한발 앞서 변화의 흐름을 읽는

발 빠른 사냥꾼이 변화 속 기회를 선점한다.


발은 건강의 척도다. 발가락이 누렇게 변색되어 있다면 간장과 신장의 건강이 의심된다. 도둑이 제 발 저린 이유는 자기 자신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제 발도 안 저린 상태까지 가면 양심을 이미 실종한 상태다. 예수는 열두 제자의 발을 씻겨 주며, “내가 너희의 발을 씻겼듯이, 너희도 서로 씻겨 주라”고 했다. 석가모니는 열반 시에 늦게 찾아온 애제자 가섭에게 발을 내밀었다.

손 중에 손은 약손, 발 중의 발은 마당발이다. 족상이 수상보다 낫다고 한다. 왜 그럴까? 벼는 농사꾼 발자국소리를 들으면서 자란다. 마당발은 발품을 파는 정보맨이다. ‘정(情)’으로 ‘보(報)’답하며, 인맥을 믿음의 금강맥으로 만들어 간다. 남들이 버린 물건도 용도를 찾아 다시 쓰고, 남들이 하대하는 사람도 새롭게 본다. 작은 일도 소중히, 같은 일도 새롭게 한다. 머리에서 심장으로 내려오는 시간을 줄이려면 발을 소중히 하고 발을 잘 간수해야 한다.

자동차, 컴퓨터 등 기계와 IT 산업의 발달로 인간의 발이 약화하기 시작했다. 현대인들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보다도 덜 걷는다. 성인병과 노화의 원인이다. 소변을 볼 때도 발뒤꿈치(까치발)을 들면 생식기가 강화된다고 한다. ‘발뒤꿈치-발바닥-발끝’ 순으로 걷는 3박자 보행이 건강 보법(步法)이다. 변화가 급속한 시대에는 남보다 한발 앞서 변화의 흐름을 읽는 발 빠른 사냥꾼이 변화 속 기회를 선점한다. 코로나 백신 인증서를 지니고 마스크를 써서라도 꼭 만날 사람은 만나야 한다. 기회는 만남에 있다.

무중력(無重力) 상태가 되면 발의 상태도 달라진다. 지구에서는 중력의 영향으로 몸의 위치마다 혈압이 다르다고 한다(얼굴은 약 70mmHg, 다리는 약 200mmHg). 무중력 상태에서는 심장에서 피가 나올 때와 같이, 신체 모든 부위가 100mmHg 혈압을 보인다고 한다. 어떤 사회나 조직도 ‘익숙한 것이라는 중력장’을 벗어날 때 새로운 신천지가 열리게 된다. 혁신은 익숙한 것으로부터의 이별로 시작된다. 혁신은 여행이다. 익숙함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코로나 시대에 우리는 인간이 자연에 남긴 발자국을 돌이켜볼 때다. ‘생태발자국(EF: Ecological Footprint)’을 보아야 한다. 과도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자연에 남긴 발자국을 보기 싫어도 보아야 한다. 생태 발자국은 자원을 생산하고 폐기하는 데 드는 비용을 토지로 환산한 지수다. 지구가 감당해 낼 수 있는 면적은 인당 1.8ha, 한국은 1995년도에 이미 이 선을 넘었다고 한다.

이제 우리는 안드르센의 동화 『빨간구두』가 남긴 메시지를 곱씹어 보며, 코로나의 근본 원인을 깊이 성찰하고 자연과 인류의 공존, 지구 생태계 회복에 개인과 가정, 기업과 단체, 정부와 세계가 함께 뜻과 힘을 모울 때다. 그런데 강약과 빈부의 차이, 경험과 가치관 차이로 시비이해가 서로 엇갈린다. 단기최적에서 장기최적으로, 부분최적에서 전체최적으로 시야를 멀리, 그리고 넓게 봐야 한다. 변화와 혁신은 단기와 부분 차원의 희생(손실과 비용)을 각오하고 장기와 전체의 지속성장을 도모하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도 개인과 집단, 지역과 국가 이기주의 그리고 과학의 정치화는 언제까지 작동할 것인가? 시민의 각성 없이는 결코 민주사회가 성립되지 않고, 너의 불행을 방관하면서 나만의 행복을 향유 할 수 없다.

10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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