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의견교환으로 구하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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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의견교환으로 구하는 지혜
  • 나상호 교무
  • 승인 2021.10.25 23:28
  • 호수 1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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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태산 대종사는 지혜를 얻으려면 사리(事理)를 연구(硏究)하라고 했다. 그리고 일이 있을 때나 일이 없는 두 사이에 지혜를 얻는 빠른 방법을 말씀하면서 그 둘째로 “스승이나 동지로 더불어 의견 교환하기를 힘쓸 것이요”라고 법문했다. 스승은 심사(心師), 동지는 심우(心友)를 말할 것이다. 심사·심우와 의견을 교환하는 때는 열린 마음이라야 충돌할 일이 크게 없을 것이다. 그런데 교단이나 교당의 일 등 이 회상의 일을 하면서 의견을 교환할 대상으로 그 정도로만 한정하기 어렵다. 이 역시 사리연구를 통한 지혜로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 사리연구 공부를 하다 보면 ‘이 정도면 내가 참 잘 아는 편이지’라고 판단하거나 ‘내가 아는 정도, 나의 판단이 누구보다 낫다’는 자만에 빠지면 그 기준으로 종결하려는 경향이 생긴다. 의견교환을 한다며 선택한 스승이나 선진도 같은 시각을 가진 이를 선호하고 동지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이들과 의견교환을 하려고 한다. 내가 듣고 싶은 말만 들으려 하고 내 뜻에 동조하는 의견만 귀를 기울이려는 ‘경향(傾向)’이 있다.

집단이나 공동체가 건전하게 성장하려면 나와 반대되는 의견이 나오면 본능적으로 내게 경향(傾向)하게 하려는 의중을 내려놓고 상대 쪽으로 귀 기울여 경청(傾聽)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리고 양론이 충분히 의견교환을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원만한 사리연구 공부를 하는 태도이다.

소태산 대종사는 “그대들도 당초부터 아무 관계 없는 사이라면 이거니와, 이왕 서로 만나서 일을 같이하는지라 하여간 소리는 나고야 말 터이니, 아무쪼록 조심하여 나쁜 소리는 나지 아니하고 좋은 소리만 길이 나게 하라. ”(〈대종경〉 교단품 3장) 하고 말씀했다. 몇 개월째 이어진 불편한 교단사를 보면서 이런 사정을 예견하고 법문을 한 듯하다.

그 일 그 일에서 지혜를 구하라고 했다. 자만하고 자기주장만 내세우는 사람이 많은 공동체는 퇴보한다. 스스로 사리가 밝다고 자신감이 일어날 때 먼저 멈추고 성찰(省察)해야 한다. 그런 사람이 일원상의 진리를 신앙하는 동시에 수행의 표본으로 삼고 살아가는 공부인이다.

10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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