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변하지 않는 것을 위하여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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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변하지 않는 것을 위하여 변해야 한다
  • 정형은 교도
  • 승인 2021.10.25 23:37
  • 호수 1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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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칼럼
정형은<br>여의도교당 교도<br>청소년문화연대킥킥 대표
정형은
여의도교당 교도
(사)평화마을짓자 이사장

며칠 전 제주도 학교탐방을 다녀왔다. 제주 혁신학교 ‘다혼디배움학교’를 방문하니 교장선생님이 교문에서 등굣길 학생들을 웃으며 맞이하고 선생님들이 책을 함께 읽고 학생들의 소감을 글로 써서 발표하게 했다. 또한, 학교 밖에서 오전 내내 마라톤을 뛰고 온 학생들과 둥글게 둘러앉아 소감을 나누는가 하면, 학생들이 모둠을 나눠 전통놀이를 하면서 활기차게 공부하고 있었다. 게시판에 학생들이 그린 그림과 글이 생활에서 보고 느낀 것을 잘 표현하고 1인 1악기와 1운동을 연습하며, 학교 옆 공원이 있는 산에 올라가 관찰하고 시를 써서 붙여 놓기도 하고, 학년별 도전활동으로 한라산 등반과 제주도 자전거 일주와 마라톤을 하는 초등학교도 있었다.

학급에서 생긴 갈등을 어떻게 할 것인지 토론으로 원인 분석하여 해결방안을 써 붙이고 학교공동체에서 서로 어울려 살기 위한 학생 인권 생활 규정을 스스로 정해 지키고 있었다. 중학교에서는 영어로 학생이 나와서 진행하고 다른 학생들이 질문에 손들어 대답하며, 멘토 멘티로 친구끼리 수학을 서로 배우고 역사 시간엔 유태인 교육 방법인 하브루타를 도입하여 짝토론 모둠토론을 거쳐 전체토론을 하는 한편, 주제가 있는 프로젝트 수업이 학생 중심으로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학생자치회가 활발하여 학급회와 학생회에서 의견을 모으고 교장선생님과 간담회를 하는가 하면 축제와 봉사활동을 기획해서 진행하며 무척이나 즐거워했다. “꼭 대학생 같아요”라고 스스로 주인이 되어 참여하고 있는 기쁨을 표현한 학생의 말에서 학교와 교사들에 대한 만족감과 신뢰가 묻어났다. 학부모 역시 도시의 대규모 학교에서는 학교에 가는 아이 뒷모습이 “닭장에 들어가는 병아리 같아 슬펐다”라며 이 학교로 온 것에 만족해했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올해 5월 기준 228개 전국 시·군·구 중 36곳(15.8%), 3553개 읍·면·동 중 1067곳(30%)이 소멸고위험지역으로 분류됐으며, 소멸위험지역은 시·군·구 106곳(46.5%), 읍·면·동 1777곳(50%)이라고 분석했다. 소멸위험지역으로의 진입은 큰 전환의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 한 고령층, 초고령층 중심 사회가 돼 공동체의 인구기반이 점차 소멸할 것으로 예측되는 단계다. 그런 점에서 학생들이 행복하고 다양한 체험을 해보며 자연 속에서 생활하는 학교는 지역의 거점으로서 소멸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필수 요소다.

올해 우연히 대학 강의를 하게 되어 교사가 되려는 학생들에게 교직에 대한 이해와 실제를 가르치고 있다. 자칫 교사는 어린 시절엔 학생으로, 나중에는 교사로 학교 울타리 안에서 내내 생활하게 되므로 예전의 자기 경험과 관행에 갇힐 위험이 크다. 그래서 끊임없이 자신의 교육활동을 돌아보고 새로워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가 사는 학교 밖 세상에 관한 관심과 연결도 매우 중요하다. 애국조회, 국기에 대한 맹세, 체벌, 두발단속, 소지품 검사, 단체기합 등 식민지 잔재와 군사독재 시절의 관행은 그 시절 이후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사라지고 있다. 누군가 발견하고 문제를 제기하여 바뀔 때까지 관행과 문화는 오래오래 지속한다. 다혼디배움학교 중 교훈이 ‘순결’이었던 여자중학교는 올해에야 거듭된 토론 끝에 학생들이 교훈을 바꾸었다고 한다.

우리 안에 있는 낡은 것들, 시대에 뒤떨어지고 맞지 않는 것들을 되돌아보고 계속 찾아내며 새로워져야 한다. 소태산 대종사님이 말씀하신 시대화·대중화·생활화는 그렇게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 곳곳이 새로워지고 교단이 시대에 걸맞게 대중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변하지 않는 것’을 위하여 ‘변해야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10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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