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다정함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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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다정함의 힘
  • 조상덕 교도
  • 승인 2021.12.07 10:58
  • 호수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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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덕 일산교당 교도

다윈은 저서 『종의 기원』에서 ‘개체적 차이의 변이와 유해한 변이의 제거’를 ‘적자생존’이란 단어로 표현했다. 이 말은 특히 무한경쟁을 부추기는 자유경제 체제를 두둔하는 개념으로 많이 언급됐다. 그러나 다윈과 생물학자들이 말한 적자생존의 의미는 그와는 사뭇 다르다. 다윈은 자연이 구성원 간 친절을 베풀고 협력을 끌어내는 다양한 모습을 관찰하며 다정함이야말로 가장 많은 후손을 남기는 방법이라고 했다.

아이 둘과 함께 보름간의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으로만 골라 전국을 떠돈 아이들과 나는 가는 곳마다 손을 내미는 수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그뿐이랴. 자연은 찬란한 햇빛과 시원한 비바람, 산등성이를 넘는 굵은 구름 덩이를 우리 앞에 가져다주며 우리를 위로했다. 그 귀중한 시간 동안 깨달은 것은 사은님의 실체였다.

원불교에 입교하면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천지·부모·동포·법률의 은혜이건만, 그것의 실체를 알아 두렷하게 끌어안는 일은 좀처럼 없었다. 하지만 사은은 나의 알고 모름과 관계없이 무심히도 그 자리에 그렇게 존재했다. 언제나 어디서나 사은님은 우리 세 식구를 보듬어 안으셨다. 때론 맘 좋은 슈퍼 아주머니의 얼굴로, 또 때론 푸르른 남해의 모습으로 눈앞에 나타나 다양한 방법으로 ‘살아도 좋다’, ‘있는 그대로 귀중하다’라며 도닥여줬다.

사람 종은 호모 사피엔스를 비롯해 이와 유사한 수십여 종이 유사한 시기에 함께 존재했다고 한다. 심지어 사피엔스는 가장 먼저 도구를 사용한 종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승자는 사피엔스였다. 사피엔스는 서로에게 친절했고, 협력적이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기술과 지식이 전수되었으며, 언어가 비약적으로 발전했을 거라 학자들은 추측한다.

다정한 태도, 즉 사은에 대한 보은은 예의나 선택의 문제가 아닌 협력과 발전을 끌어내 끝끝내 생존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전략이다. 사피엔스가 그랬듯, 지금의 우리도 보은을 통해 이 시대의 승자가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12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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