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담] 오덕훈련원 무문관 선방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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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담] 오덕훈련원 무문관 선방을 마치고
  • 오세형 교도(서울 정토회교당)
  • 승인 2022.02.07 21:36
  • 호수 12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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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4일 오후부터 1월 26일 오후까지 꼬박 이틀 동안 오덕훈련원 무문관 선방에 참가했다.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많은 원불교 훈련을 났지만, 거의 교당 교무님 혹은 내가 속해 있는 단체에서 계획한 훈련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참가했었다. 그런데 이번 오덕훈련원 무문관 선방은 누구의 권유가 아닌 스스로 참가한 첫 번째 훈련이었다.

훈련 목표는 ‘그 일 그 일 일심, 온전한 생각으로 취사’이고 훈련 유무념은 ‘묵언, 법당내왕 4배, 통신 내려놓기, 최초·최후 일념 챙기기’였다. 훈련 프로그램은 ‘걷기 명상, 식사 명상, 숲속 명상, 좌선 그리고 수행 경험 나누기’로 단순했다. 훈련 결재 시 유성신 훈련원장님께서 “지금부터 훈련을 마칠 때까지 묵언해야 합니다. 매끼 공양은 선원들이 당번을 정해서 준비해야 하는데 그때도 묵언입니다”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씀을 듣고 의문이 생겼다. 다른 프로그램은 묵언이 가능할 것 같았지만 식당에서 공양을 준비할 때 묵언이 가능할까? 그런데 가능했다. 훈련 기간 두 번의 공양 준비를 하는데 훈련원에서 미리 짠 메뉴를 보고 재료를 찾아서 공양을 무사히 준비할 수 있었다. 공양하고 나서 기쁜 나머지 함께 준비한 교도님과 말없이 하이파이브했다.

이번 훈련을 나면서 나만의 훈련 타이들을 ‘무문관 선방’에서 ‘수다쟁이 선방’으로 바꾸고 싶어졌다. 왜냐하면, 묵언 수행을 하다 보니 타인에게 향하던 대화가 나 자신과의 대화로 바뀌면서 스스로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밖으로 향하던 말을 내 안으로 돌리니 보이는 것은 더 자세히 보이고, 들리는 것 또한 더욱더 또렷하고 느낌은 더욱더 생생해졌다. 심심할 틈이 없었다.

매끼 ‘식사 묵언’의 소득도 많았다. 음식 하나하나를 자세히 보면서 천천히 먹고 있는 나를 알아차리니 접시에 있는 음식과 대화하면서 먹게 됐다. 평소 맛있는 음식과 맛없는 음식을 분별해 먹는 습관도 알게 됐고, 모든 음식이 나를 위해 존재하는 은혜로운 음식으로 다가와 분별심이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많은 시간을 할애한 좌선은 묵언 수행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었고, 축령산 잣나무 숲의 숲속 명상은 훈련의 보너스라 할 정도로 힐링이 됐다.

오덕훈련원 무문관 선방은 매월 마지막 주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진행한다. 훈련원 교무님과 직원들이 선방을 진행해서 참가자가 없어도 매월 연다고 한다.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다시 훈련에 입선할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이 주어지길 간절히 염원해 본다.

2월 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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