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종교와 정치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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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종교와 정치권력
  • 조경원 편집장
  • 승인 2022.03.15 09:51
  • 호수 12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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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80년대 한국사회는 민주화에 대한 열망만큼이나 한국종교의 양적·질적 성장이 극에 달한 시기였다. 종교의 급격한 성장은 내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됐고, 그에 대한 돌파구를 정치권력을 통해 해결하려고 했다. 분명하면서도 단순한 정치적 태도를 취했지만 상황에 따라 모호하면서도 복잡한 태도를 취했다. 비판을 통해 국가와 대결하기도 하고 타협을 통해 국가와 절충 또는 연합하기도 했다.

정치권력은 억압과 회유로 종교 간 분열과 대립을 유도하거나 종교적 특권을 정치적 충성과 교환해 종속하게 만들었다. 종교지도자들은 이러한 현실을 몸소 체험하며 교단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저항과 추종의 갈림길에서 양극단에 서거나 중도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그들이 교단 내부 또는 국가와의 관계에 집중할 때 원불교가 ‘세계 평화를 위한 국제적인 종교연합기구 설립’을 제안한 것은 한국사회에 경종을 울릴만한 일이었다.

당시 조그만 충격에도 규모의 한계를 체감하고 좌절과 소멸의 과정을 거친 종교가 부지기수였지만 대산종사의 평화세계 건설을 위한 부촉은 세속에 빠지지 않고 종교연합이라는 더 큰 세계로 진입하는 근간이 됐다. 교단의 종교연합운동 추진위원회가 오랜 세월 맥락을 유지하며 정치적이고 세속적인 연합단체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종교연합 창설을 기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교단은 대산종사가 제언한 종교연합(UR) 창설 이전, 현실적 대안으로 몇몇 단체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지만 언젠가 우리가 목적한 종교연합기구를 창설하길 희망한다. 교단의 외적 성장으로 보편적 태도를 일관하며 어느 정도의 지위를 확보하는 것도 좋지만 제도권으로부터 이익을 추구하거나 인정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써 참여하고 있지는 않은지, 소수의 역량과 자본에 타협하거나 동조 또는 방관하고 있지 않은지 반조하자.

무엇보다 원불교 밖에서 세계평화와 세계화가 아니라 원불교 안에서 세계평화와 세계화를 이끌어내길 바란다.

3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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