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레스트 검프와 천하농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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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레스트 검프와 천하농판
  • 박시형
  • 승인 2022.04.28 16:51
  • 호수 1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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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MZ세대를 위한 마음공부4
박시형<br>강남교당 교도<br>서울대학교 연구교수
박시형
강남교당 교도
서울대학교 연구교수

포레스트 검프라는 영화가 1990년대 후반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불구로 태어나 걷지 못하던 아이가 인내와 노력으로 뛸 수 있게 되었다. 뛰는 것만으로 보통 사람과는 다른 보람을 느끼면서 일생을 뛰어다닌 바보 이야기이다. 겉으로는 바보 같았으나, 끝없는 시도와 노력으로 경제적으로도, 사랑으로도 성공한 이야기이다. 특히 실연의 상처를 이기기 위해서 2년 동안 미국 전역을 뛰어다니게 되었는데, 뉴스로 접한 수많은 젊은이가 따라서 뛰면서 희망의 불씨를 살리는 이야기로 지금까지도 많은 감동을 주고 있다. 
포레스트 검프보다 더 많은 것을 누리면서도 한국의 MZ세대는 목마르고 불안하고 장래를 어둡게 보고 있다. 터프한 경쟁, 터무니없이 비싼 집값, 갈수록 커지는 빈부격차, 그리고 자주 들려오는 부모 찬스 소식이 보통 젊은이들에게 장래를 어둡게 보도록 만든다. 사회 학자들은 이러한 요인들이 MZ세대가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대신 반려동물에 집착하고, 또 저축 대신 소비를 지향한다고 보고 있다. 어쩌다 보니, 한국이 인구가 가장 빠르게 감소하는 나라 반열에 올랐다.  2050년이 되면 한국의 인구는 500만명 가까이 줄어들고, 60세 이상 인구비율 또한 40%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연금은 줄어들고 생산 활동은 저하 될 것으로 걱정한다. 그렇다고 해서 지난 16년간 200조원 이상을 쏟아부은 정책 자금이 상황을 호전시키는 것 같지 않다. 이럴 때, 100년 전,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이 어두운 일제 식민통치하에서 시작한 원불교는 어떠한 해답을 내놓을까?
천하농판에서 힌트를 찾아본다. 큰 깨달음을 얻었으나, 실제 바닷물을 막는 것으로부터 제자들에게 몸소 실행을 보여주었던 분, 집에서는 머슴같이, 들과 산에서는 농부·목동같이, 그중에서 끊임없이 마음을 크게 하는 공부를 하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천하농판’이라고 가르쳤다. 악랄하기까지 한 일본의 한국문화 말살 정책으로 민족종교들이 탄압을 받았다. 민족종교가 독립운동의 본거지가 될 수도 있고, 한국인 지우기 정책에 가장 큰 방해가 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다른 종교들과는 달리 교주 등에게서 부정행위를 발견할 수 없었던 원불교에 대해서 오히려 더욱 감시가 가해졌다. 일본 선전용 시국 강연에 참여하라는 일경의 지시에 “우리가 무얼 압네까?”하고 대응하였다. ‘그럴듯한 사람으로 보았으나, 알고 보니, 보통 시골 농부였군’하고 느끼게 하였다. 소태산 대종사를 만난 민족의 지도자 안창호는 ‘조그만 혁명을 하는데도 관가의 눈에 띄고 책을 잡히는데 어찌 세계의 일을 하는데도 관가를 달래면서 할 수 있는가’하고 머리를 숙였던 것이다.
현재 한국의 지식인들은 장래를 어둡게 예측한다. 미래는 연금이 깎이고 성장이 둔화하는 사회가 될 것으로 예측한다. 그러나, 언제 한 번이라도 지시인들의 예측이 맞은 적이 있는가? 개인용 컴퓨터도 모자라 모바일 컴퓨터를 전화와 같이 들고 다니는 것을 예측한 지식인은 없었고, 반도체 발전으로 AI를 이렇게 쉽게 이용할 줄을 몰랐다. 30년 전 만 해도 한국이 반도체로 최고국가가 되리라 예측한 지식인도 없었다. 일본 영화를 수입하면 한국 문화가 모두 일본에 예속될 것이라고 걱정하였다. 그러나, 20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 세계의 젊은이들은 한국의 영화와 노래에 열광하고 한글 배우기가 시대의 아이콘이 되고 있다. 지식인들의 예측을 믿는 대신, 젊은이들은 도전하고 융합하고 창조하기 때문에 미래는 달라진다. 메타버스, 질병의 극복, 삼차원 모빌리티, 우주로의 확장에 따른 인류의 시공간 확장, 2세 3세의 다양한 재생산 방법 등, MZ세대는 수없는 도전과 확장을 시도하고 물질과 정신을 개벽할 것이다.
불교에서 ‘쇳덩이와 같은 놈이라야’하는 말이 있다. 우직하게 나아가는 젊은이만이 진리에 이를 수 있다는 말이다.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에서 ‘바보같이, 배고픈 사람같이’라고 외친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 역시 이러한 불교의 영향을 받은 사람이다.
캄캄하기 때문에 미래의 길은 MZ세대를 기다린다. 나이든 현자보다는 바보스러운 젊은이들이 길을 만들어 나간다. 포레스트 검프와 같이 그저 묵묵히 뛰는 젊은이, 미래 100년을 내다보고 그저 바보 같았던 원불교를 연 소태산의 젊은 정신이야말로 지금 MZ세대가 배워야 할 미래 정신일 것이다.

4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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