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 볼 수 없으면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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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 볼 수 없으면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 박선국 문화평론가
  • 승인 2022.05.18 13:26
  • 호수 12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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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 천문학도인 케이트는 오늘도 신나는 노래를 들으며 화면 가득한 별들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다 지구로 향하고 있는 혜성을 발견하게 된다. 그 혜성의 괘도가 지구의 대 멸종 위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그녀의 담당 교수인 민디 박사와 알아내게 된 그녀는 백방으로 이 사실을 알리려 한다. 그러나 백악관의 정치인들은 이 사실을 코앞의 선거에 이용하려 하고 언론은 그저 가십거리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대체 어떻게 해야 이 소식을 알리고 지구를 구할 수 있으려는지……

돈룩업(Don't Look Up, 2021)  / 감독: 아담 맥케이 / 배우(배역): 레오나르 도 디카프리오(랜들 민디 박사), 제니퍼 로렌스(케이트 디비아스키), 메릴 스트립(대통령 올리언), 케이트 블란쳇(브리)

‘돈룩업’은 혜성 충돌로 멸종을 맞이하게 된 인간들의 다양한 모습을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이야기한다. 재난 영화처럼 시작되지만, 우리가 처한 멸종의 상황을 직설적으로 때론 은유적으로 보여주며 그에 상응하는 인간들의 지나치도록 사실적인 반응을 끌어낸다. 정치·사회·경제·문화 그리고 언론 심지어 종교와 가족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에서 현실화할 수 있는 것을 풍자하고 비꼰다. 영화의 소재는 ‘혜성 충돌’이지만 그것을 ‘종교나 이데올로기와의 대립’ 혹은 ‘자원남용에 의한 환경문제’로 바꾼다고 하여도 똑같은 결말을 만들 수 있을 듯한 스토리 전개를 보여준다.

이 영화 속의 등장인물들은 ‘살아남는 자들’과 ‘사라지는 자들’로 크게 나누어진다. 끝까지 살아남아 수만 년 후 새로운 정착지에 도착하게 되는 부류는 자식들마저 포기한 노회한 집단으로 권력과 재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겉으로는 타인을 위해 활동하며 살아온 듯 보이지만 실상은 하늘을 보지 말라며 현실을 외면하고 왜곡하였고, 나름 이성적으로 세상을 이끄는 것 같지만 그저 순간의 이익에 집착하며 살아온 집단이다. 그에 반하여 지구의 멸망과 함께 사라지는 자들은 위험 상황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 우왕좌왕하고 이성을 잃어 본능적으로만 행동하는 것처럼 묘사된다. 그러나 그들은 현실을 받아들이고 직시하며 가장 큰 가치는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 그들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가족·친구·연인·동료에게 있다는 것을 확연히 보여주는 집단이다.

영화는 너무 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 살아가기에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알 수 없는 상황 속에 내동댕이쳐진 인간들에게 진실을 못 보게 하고 외면하게 하는 것은 나의 욕심과 어리석음에서 오는 잘못된 선택이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영화 속의 사건들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한 페러디적인 요소가 강하다. 집단 광기가 범람하는 정치판과 거짓으로 진실을 호도하는 매스미디어 그리고 이익을 위해서는 약자들의 피해는 무시해도 된다는 가진 자들의 모습을 관객에게 보여줌으로써 두렵지만 진실을 회피하지 않고 각자의 목소리를 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임을 말하고 있다.

‘돈룩업’을 보며 원불교의 개교표어인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말씀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탐심·진심·치심에 빠져 개벽된 물질의 혜택마저 공평하게 누리며 살지 못하는 인간들이 이제는 자신의 미래마저 인공지능의 예측에 맡겨 버리는 우(愚)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심히 걱정된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세상을 바라보며 행동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5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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