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동정일여는 마음챙김(mindfulness)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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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동정일여는 마음챙김(mindfulness)이다
  • 전종만
  • 승인 2022.06.15 14:04
  • 호수 12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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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만&nbsp;수원교당 교도<br>​​​​​​​하나병원 원장
전종만&nbsp;수원교당 교도<br>하나병원 원장

군 병원에서 군의관으로 근무할 때의 일이다. 병사 한 명이 진료실 의자에 앉자마자 선임병에게 모욕을 당했다며 씩씩거렸다. 아침에 식당 앞을 지나는데 선임병이 ‘밥 먹었냐’고 물어본 것이 화근이었다. 통상적인 인사말이 왜 그렇게 모욕적이었는지 묻자 ‘너 같이 밥값도 못하는 녀석이 밥은 꼬박꼬박 챙겨 먹고 다니냐, 이 식충아!’로 들렸다는 것이다. 보통의 인사말조차 자신을 무시하는 말로 왜곡될 정도니 대수롭지 않게 오가는 말들 또한 그에게는 늘 상처일 수밖에 없었다.

부정적인 사람은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근거를 찾아 상황을 비틀고 왜곡시킨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자신과 타인에게 실패자, 무능력자, 겁쟁이와 같은 꼬리표를 갖다 붙인다. 꼬리표로 인해 머릿속은 혼란스럽고 번뇌 망상이 끊이지 않으며 삼독심(三毒心)에 휘둘리게 된다. 반면 긍정적인 사람은 그런 꼬리표를 달고 다니지 않는다. 긍정성은 내가 호감을 주는 사람,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에서 나온다. 자기에 대한 긍정적인 믿음은 자신과 타인과 세상에 대한 색안경을 벗게 한다. 사람들과 힘든 일이 생겨도 골치 아프고 복잡한 생각에 빠져들지 않고 ‘대화해서 풀면 되지, 정성을 다하다 보면 해결되겠지’ 한다. 이상한 꼬리표 따위는 필요 없다. 삐딱하게 꼬아서 보지 않기 때문에 생각을 소화하는데도 어려움이 없다. 부정적인 생각은 ‘혹시’ ‘만약’과 같은 꼬리표를 달고 다녀 쉽게 소화되지 않고 몇 날 며칠을 머릿속에 남아 괴롭히고 탈을 일으킨다. 반면 긍정적인 생각에는 그런 꼬리표가 없어서 생각을 처리하는데 어려움이 없고 되새김질할 잡념도 달라붙지 않으며 불편한 느낌도 없다. 꼬리표가 덕지덕지 달려 있지 않으니 동할 때나 정할 때나 거추장스럽지 않고 늘 한결같을 수 있다.

긍정성은 자신이 가진 강점을 발견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좋은 강점이 있지만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스트렝스5 강점검사>나 <VIA 강점검사>와 같은 인터넷상의 ‘나의 강점 찾기 검사’를 이용하는 것도 긍정성 회복에 도움을 준다. 번거로운 꼬리표를 완전히 떼어버린 상태를 심리학에서는 마음챙김(mindfulness)이라고 한다. 육근이 무사할 때 마음을 오롯하게 하여 잡념을 제거하고, 육근이 유사할 때 굳건한 마음으로 정의를 양성하기 위해서도 마음챙김은 중요하다. 일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본래 마음을 한결같이 지키고 순역경계에 흔들리지 않는 부동심 공부 또한 마음챙김의 바탕에서 가능하다. 마음챙김은 바꿔 말하면 자기 성찰적인 태도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어떤 특정한 측면에 사로잡히지 않고 ‘좋다’ ‘나쁘다’를 판단하거나 평가하지 않는 자세이다. 생각과 충동과 욕구가 쉬고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마음이다. 고급시계나 핸드백을 보며 ‘갖고 싶다’거나 맛있는 음식을 보며 ‘먹고 싶다’는 욕구가 들 때 ‘갖고 싶다’ ‘먹고 싶다’ 같은 꼬리표를 떼어 낸 경계에 끌리지 않는 상태이다. ‘아! 불안해 미치겠다’며 감정 속을 헤매지 않고 ‘내가 지금 불안해하고 있네’ 하며 자신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마음 즉, 관심(觀心)의 단계다.

소태산 대종사는 ‘공부를 잘하면 일이 잘되고 일을 잘하면 공부가 잘되는 법이니 동과 정에 간단없는 큰 공부에 힘쓰라’고 말씀하셨다. 이런 동정일여의 큰 공부를 위해서는 복잡한 꼬리표를 떼고 자기와 타인과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생각의 다이어트, 마음챙김이 필요하다.

6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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