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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시형
  • 승인 2022.06.23 13:13
  • 호수 1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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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MZ세대를 위한 마음공부6
박시형<br>강남교당 교도<br>서울대학교 연구교수
박시형
강남교당 교도
서울대학교 연구교수

지난해 해인사에서 며칠 지낸 적이 있다. AI와 부디즘이라는 주제로 강의도 하고 학승 스님들과 생명, 불성, 그리고 AI기술과의 관계와 미래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과연 AI시대에 불성이 설 자리가 있을 것인가? 이러한 대화를 하는 자리에서, 불교의 교화를 위한 이벤트로 ‘BTS를 해인사로 초대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BTS가 가야산 아래 해인사 뜰에서 공연함으로써, MZ세대에게 한국 불교를 어필하자는 의도이다. 필자는 “BTS를 초대하는 것은 좋지만, 인기 절정에 있는 BTS 자신도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또 정신적으로 어려움이 많을 것이니, 해인사에서 그들의 마음을 치료해 주는 계기로 삼는 것이 좋겠다”고 의견을 낸 기억이 있다.

최근 BTS가 일시적으로나마, 해체를 발표했다. 이유는 계속 공연을 이어가기에는 마음의 샘물이 말라간다는 것이다. 갑자기 스스로가 랩을 하는 기계가 되어간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필자는 젊은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과도한 주목을 받는 것은 해악이 될 수 있다’고 가르친다. 주목받기를 지속하는 것이 자칫하면 본질을 흐리게 하고, 자신의 인생을 피폐하게 만드는 예를 여러 분야에서 많이 보기 때문이다.

BTS가 K-컬처의 상징이라면, War세대(60~80대)에게 K(KK)는 백인우월주의를 상징하는 백인단체를 떠올리게 한다. 미국 남북전쟁 당시 흑인 해방을 반대하는 남부에서 만들어진 조직이 지금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와도 맞닿아 있기도 하다.

이에 비해서 세계의 MZ세대에게 KKK를 물어보면, K-컬처를 연상하는 젊은이들이 많을 것이다. 공연 분야뿐만 아니라, 영화, 드라마가 전 세계, 특히 MZ세대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이 한글, 그리고 한국의 전통문화인 판소리까지 영역을 넓혀 나가는 형국이다. 10~20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이 가지 않던 일이 일어나고 있다. 혹자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치부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오래된 문화 전통이 현대의 SNS라는 기술과 맞물려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빠르게 확산하는 문화 현상으로 해석하기도 하고, 팬덤을 이용한 마케팅의 성공을 이유로 들기도 한다. KKK로 대변되는 인종 차별이나, 극단적인 자본주의, 이에 따른 인류의 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나 반항이 MZ세대에게 먹힌 것이라는 것이다.

모두 일리가 있는 설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좀 더 근원적인 이유를 생각한다. 바로 BTS의 노래 가사 말대로 ‘강자가 약자를 무릎 꿇리는 역사, 극단적인 자본주의에 따른 빈부 격차, 금수저가 계속 주도할 것 같은 세상’에서 뛰쳐나와 상생이라는 가치를 표방한 것이 전 세계를 열광시킨 것이 아닐까? 왜 하필이면 이러한 정신이 변방같이 느껴졌던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나왔을까? 필자는 우리가 인식하거나 못하거나 간에, 배경에는 한국의 원불교 정신이 있고, 원불교 탄생이 빚지고 있는 동학에 뿌리가 있다는 생각이 있다. BTS 자신, MZ세대의 인식 여부와 무관하게 우리의 무의식에는 오래된 한국의 정신, 즉, 홍익 정신, 상생의 정신, 그리고 같이 살아가는 ‘한울안 정신’이 살아 숨 쉬고 있다고 생각한다. 원불교가 탄생했던 100여 년 전, ‘조선 민족을 2~3류 민족으로로 치부하고, 민족정신을 말살해야만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일본인들조차 감싸 안으면서, 그들마저도 은혜라는 테두리 안에 감싸 안은 원불교 정신이야말로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오래 묵어둔 조선의 ‘상생’하는 마음일 것이다. 이 마음을 BTS의 몸짓과 노랫말에서 인류의 보편적인 선한 마음을 느끼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자칫하면 빠지기 쉬운 빠른 성장의 덫에서 MZ세대가 방황하고 있다. 아이를 낳지 않고 심지어 결혼하지 않겠다는 MZ세대가 40% 이상이라는 통계도 있다. 놀라운 현상의 이유가 의외로 간단할지 모른다.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는 육아 부담이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인간의 근본적인 가치나 행복’보다 더욱 크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여기에 극단적인 이분법적인 정치적인 생각들, 젠더 갈등, 금수저로 대표되는 기회의 불평등, 심지어 인종 차별적인 생각들이 한국 아니 세계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그러나, 눈을 좀 더 세계로 돌리고, MZ세대가 이어줄 다음 미래로 눈을 돌려보자. 우리가 가지는 문제는 세계의 ‘MZ세대가 가지는 공통적인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자. 경제가 성장할수록, 더 깊어질 것 같은 기회의 불평등을 해소하고, 아이들 육아를 남자들의 문제, 아니 우리 사회 전체의 부담으로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물질개벽 이후 필요한 정신개벽’일 것이다. 그리고 정신개벽이야말로 BTS 이후의 KKK 문화의 선한 영향을 지속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자 미래세대의 희망이라는 생각이다.

6월 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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