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MZ세대의 마음공부] 공부 삼아, 놀이 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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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MZ세대의 마음공부] 공부 삼아, 놀이 삼아
  • 박시형
  • 승인 2022.08.26 15:59
  • 호수 12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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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MZ세대의 마음공부 8
박시형<br>강남교당 교도<br>​​​​​​​서울대학교 연구교수
박시형<br>강남교당 교도<br>서울대학교 연구교수

제자들이 필자를 추억하면 두 가지가 생각난다고 한다. 하나는 ‘왜 그렇게 되지?’하고 끊임없이 본질을 묻는 것이고, 또 하나는 ‘재미있어?’하고 물었던 것이라고 한다. 이제 제자들이 회사의 임원도 되고, 교수도 되었다. 교수가 된 제자들이 자신의 제자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한다고 한다. 거의 무의식적으로 말이다. 요즈음 붙인 필자의 습관은 ‘마음공부 잘 하고 있어요?’하고 묻는 것이다. 교당뿐만 아니라 선후배를 막론하고 물어본다. 아마도 한 10년 지나면 나를 거쳐 간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게 같은 질문을 다른 사람에게 할지도 모른다.

요즈음 4차 혁명 논의가 한창이다. 4차 혁명의 본질이 무엇인지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에 ‘재미’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데이터 중심’과 ‘지능 중심’이 4차 혁명의 중심 기술 테마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기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용하는 사람들이 재미를 느끼고 놀이 삼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게임’이 소프트웨어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한 것만 보아도 놀이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TV가 처음 시장에 나왔을 때, 사람들은 주로 소식을 전하고, 정보를 얻거나 광고를 하는 매체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요즈음 대부분 TV 채널에 음악, 미술, 스포츠, 쇼, 영화, 연극 같은 재미 문화가 주류를 이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백화점을 가 보아도, 일하는데 필요한 옷은 별로 눈에 띄지 않고, 등산, 골프, 파티용 옷이 더 잘 팔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W(한국 전쟁) 세대는 어릴 때, 신발이 없어서 맨발로 학교 다닌 시절을 추억한다. 주로 고무신을 신었고, 명절이나 되어서 끈이 달린 운동화를 선물 받으면, 머리맡에 두고 밤새도록 만져보곤 했다. 요즈음 색깔 별로, 용도별로 잔뜩 신발을 쌓아두고 사는 지경에 이르렀다. W세대는 놀이문화에 심취한 MZ세대를 보면 이해하지 못한다. 일 년에 한 달씩 여름 휴가를 떠나는 유럽 사람들을 보면, 이해가 안 된다. ‘소는 누가 키우냐?’는 한마디가 한국의 W세대의 심리를 대변해 준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미래는 놀이문화가 경제의 주류가 되고, 일 또한 재미가 있어야 성공한다는 주장을 마음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의 선 수행의 중심지라고 하는 봉암사의 조실스님이었던 적명 스님은 제자들에게 깨달음에 이르는 가장 어려움이 바로 ‘몰자미’라고 가르친다. 갑자기 선이 재미가 없어지는 때가 온다는 것이다. 몰자미가 오면 마음공부를 포기하게 된다. 대처 방법으로 ‘조금만 더하면 깨달음이라는 큰 재미’가 온다고 자신을 격려하는 수밖에 없다고 제시한다. 세상살이 재미를 포기하고 깨달음을 구하는 납자들에게 ‘선이 재미가 없다’는 것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일까 상상이 간다.

4차 혁명이 진행되면서 서구를 중심으로 명상이 대유행하고 있다. 물질과 정보가 풍부해질수록 사람들은 마음이 메말라가고 피폐해진다고 느끼는 것이다. 마음공부를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일상생활에서 마음공부를 가장 중요시하는 ‘원불교’에서 화두가 아닐 수 없다. 표어로 ‘마음공부를 놀이 삼아’ 정도로 제안해 본다. 코로나 유행 이후 사그라져 가던 한국의 골프 문화가 다시 대유행하고 있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말이다. 골프뿐만 아니고, 골프 패션과 같이 골프와 관련된 산업이 유행이다. 왕복 2시간 이상을 새벽같이 운전하는 것을 마다치 않는다. 공이 엉망으로 날아가서 실망하면서도 다음 날 또 골프 하러 간다. 필자 경험으로 골프도 재미있고 마음공부도 재미있다. 그런데, 마음공부는 잘 유행하지 않으면서 골프가 크게 유행하는 현상에서 몇 가지 힌트를 찾아본다. 첫째, 둘 다 쉽게 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재미있다. 금방 되면 계속할 이유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둘째, 골프는 팀을 짜서 한다. 그리고 경쟁도 하면서 칭찬도 하고 핀잔도 한다. 무인도에서는 타이거 우즈도 골프를 하지 않을 것이다. 칭찬하는 관람자가 없기 때문이다. 마음공부도 팀을 짜서 연습도 하고 경쟁도 하고 칭찬을 해야 재미있고 발전도 한다. 셋째, 길거리를 걷거나 등산하면서도 막대기로 스윙연습을 하는 사람들을 흔히 본다. 마음공부도 시도 때도 없이 해야 한다. 재미는 습관을 붙이는 데서 온다. 소태산 대종사님은 수행 중에 서로 토론하고 놀이도 하는 것을 권장했다고 한다. 마음공부에 대한 특별한 재미법을 개발하는 것이야말로 MZ세대를 위한 마음공부 유행법이 아닐까 한다.

8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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