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정관평 부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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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정관평 부처님
  • 조경원 편집장
  • 승인 2022.08.26 16:52
  • 호수 1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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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處暑)를 지낸 영산성지 ‘정관평’의 벼가 익어간다.

소태산 대종사가 구인선진과 함께 회상의 기초를 세운 정관평. 1918년 시작된 무오년 감기(스페인독감)는 2년 동안 전 세계 5천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우리나라에서도 14만명이 사망할 정도로 치명률이 높았다. 그 시절 소태산 대종사는 길룡리 앞 갯벌을 막아 간척사업의 대역사를 전개했다. 정산종사는 그때의 상황을 “일심의 힘은 위대하나니, 팔, 구인이 삼동에 방언할 때에 얼음을 깨고 물 속에 들어가 일을 하였으되, 무오년 감기처럼 심한 때에도 아무 일 없이 지냈나니라”고 전했다. 일심합력의 정신은 무오년 감기도 피해갔다.

자작자급, 주경야독, 영육쌍전을 나툰 교단의 창립정신은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도 등장했다. ‘새로 일어난 종교’로 소개한 책에 “원불교에서는 교도들과 함께 간척사업을 통하여 자립하는 생활과 공익정신을 실천하고, 앞으로 다가올 문명한 시대에는 우리 민족이 정신적으로 세계를 이끄는 국민이 될 것을 예시함으로써 일본의 지배를 받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민족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었다”고 수록했다.

1차 방언공사(2만 6천여평)와 재방언공사를 통해 얻은 5만 3천여평의 농지에서 수확한 쌀은 허기진 배를 채웠다. 이는 개척교화를 나간 교무들도 공감(총부는 6급지 교당에 정관평 쌀을 보낸다)하리라. 영산성지를 거친 이라면 큰비에 삽 한 자루 들고 날을 새지 않은 이 없다. 100년의 세월 동안 눈물과 땀과 비가 섞인 정관평이다.

법인절을 하루 앞둔 8월 20일 정부로부터 유기농산물 인증을 받았다는 소식이 들렸다. 보은강 연꽃 정화수로 지은 쌀이 양계 인증을 받기까지는 내리쬐는 햇볕 아래, 검게 그을린 농부의 구부정한 허리만이 그 공덕을 알고 있다.

곧 벼가 익어 고개를 숙인다. 피를 뽑고 있는 부처님께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면 어떨까.

8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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