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훈련 감상담] 나는 일원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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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훈련 감상담] 나는 일원상이다
  • 이수향 교도(구리교당)
  • 승인 2022.12.16 09:52
  • 호수 128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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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 정기훈련 감상담

오덕훈련원에서 교도 정기훈련을 받았다. 4년 만의 훈련이다. 구리교당에서는 신입 교도나 다름없는 나에게 1박 2일의 훈련은 솔직히 큰 부담이었다. 이전 교당에서는 교도 훈련을 갈 때 교당에 모여서 단별로 함께 출발했었지만, 개별적으로 이동하는 훈련이 어색하기도 했다. 그러나 축령산에 있는 오덕훈련원에서의 훈련은 어색함을 뛰어넘어 잊지 못할 추억이 됐다. 훈련원장님 말씀대로 마음의 양식인 소중한 법과 육신의 양식인 맛있는 밥을 선물로 받은 이번 훈련을 통해 나는 3가지를 마음에 새겼다.

먼저, ‘천천히 살피는 공부’였다. 훈련원 마당에서 진행된 걷기명상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빨리빨리 병’에 걸려 있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한발 한발을 내디딜 때마다 발의 동작에만 집중하면서 몸의 중심을 잡는 일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내 몸과 마음은 몇 초 동안의 여유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몸은 중심을 잡기 어려웠고, 마음 또한 중심을 잃고 빨리빨리 걸음을 떼고 싶을 뿐이었다. 평소 산책을 할 때 나의 걸음에 집중해 마음의 안정을 찾고자 하였지만, 주어진 시간에 최대의 효과를 보기 위해 나도 모르게 항상 ‘빠름’에 사로잡혀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걷기명상을 통해 ‘여유와 집중’으로 나를 살피고 바라보며 주변을 살피는 여유로움을 배울 수 있었다.

다음은 ‘공심’에 대해 깊게 생각했다. 일요법회 때 설법을 듣고 도반을 만나서 잠시나마 마음을 정화하면, 공부를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와 가족의 행복과 건강을 염원할 뿐 나의 서원이 무엇이고, 다른 생명을 위해 살겠다는 강력한 서원과 다른 사람을 위해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이 있었는지 돌이켜본다. 공심이 대단한 교도를 보면 감탄과 존경만 했다. ‘성불제중 재생의세’를 서원으로 삼은 교무님들의 설법 영상을 시청하면 ‘교무님이시니까 나와는 다른 분들이어서 서원을 세우셨구나…’라고 생각하며 목적지도 없이 여기저기 둘러보고 ‘이곳인가? 이곳이 아닌가? 항상 불안한 마음으로 공부하는 것은 아닌가?’라며 정신이 바짝 드는 순간이었다. 이제는 공심으로 작은 일부터 소박한 마음으로 천천히 시작할 것이다. ‘강한 서원’을 세우고 죽기 살기로 정진하며 타인에게 유익을 주는 공심을 표준해 마음공부를 해야겠다.

마지막으로 의두공부다. 상시훈련 자기 점검표를 작성하고 결과를 살피니 뛰어넘어야 할 과제와 미흡한 점이 드러났다. 경전을 읽고 사경을 하면서 법문을 마음에 새기고자 노력했으나 “왜?”라는 의구심을 갖고 대소유무의 이치를 공부하지 않았다. 나는 공부가 짧아서 토가 떨어지는 공부만을 하고 있었다. 공부도 편식하지 않으며 “왜?”라는 의두를 갖고, 수동적인 공부에서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공부를 해야 함을 자각하게 됐다.

이번 정기훈련을 계기로 내 마음이 더욱 단단해지는 공부길을 모색할 것이다. 혹여라도 마음가짐이 약해지지 않도록 상시훈련을 통해 마음을 챙기고 정기훈련을 통해 공부의 큰 방향을 설정하며 정진할 것이다. 강한 정신력과 공부심으로 무장하면 천만 경계도 다 물리칠 수 있을 것이다. 느림의 미학, 천천히 살피는 공부, 공심, 의두공부를 할 수 있다. ‘나는 일원상’ 이니까.

12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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