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마음공부] 우연으로 어쩌다 만들어지는 인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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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마음공부] 우연으로 어쩌다 만들어지는 인생은 없다
  • 박선국 문화평론가
  • 승인 2022.12.21 07:26
  • 호수 12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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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마음공부 38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 감독 : 펠릭스 헤른그렌 / 출연(배역) : 로베르트 구스타프손(알란), 이바르 비크란더(줄리어스), 데이비드 비베리(베니), 미아 스케링거(구닐라)

 

알란 카슨은 그의 유일한 친구인 고양이가 여우에게 물려 죽자 그 복수를 위해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린다. 그 사건 이후 강제로 요양원에 들어가게 된다. 100살을 앞둔 그는 밖에서 들려오는 폭죽 소리에 이끌리듯 창문을 넘어 목적지 없는 여행을 시작한다. 거액의 돈 가방을 우연히 손에 쥐게 된 그는 만나게 되는 일행들과 함께 모험을 나선다. 돈을 회수하려는 갱단들과 그를 찾아 나선 형사들과 쫓고 쫓기게 된 상황에 빠진 그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노인이 양로원을 탈출하며 벌어지는 소동을 그의 과거 이야기와 함께 풀어나가는 정치사회 풍자의 블랙 코미디 영화로 상상력과 실제를 적절히 섞어 스토리를 전개한다. 영화 속에서는 어려서 고아가 된 주인공 알란이 폭탄을 만드는 재능을 발견한 후 세기적인 사건들(스페인 내전, 미국의 원폭 제조, 구 소련의 정치범 수용소 등)의 주요 인물들과 만나며 경험하게 되는 어이없으면서도 유쾌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우연의 연속이기에 현실성이 없다고 느껴지는 한 개인의 이야기를 굵직굵직한 현대사의 이야기와 매치시키며 그럴듯함을 느끼게 한다. 또 한편 그 속에 묵직한 메시지를 적절히 섞는다.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은 희화화되어 한쪽 면만이 도드라져 보인다. 실존했던 프랑코나 스탈린의 모습뿐만 아니라 알란이 만나게 되는 그저 평범한 인물들도 마찬가지이다. 코미디 영화이기 때문에 그렇게 묘사된 것이 아니라 우리가 기존에 생각하고 있거나 가지고 있는 틀을 벗어난 강조된 그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알게 모르게 가지게 된 고정관념(창문)을 보게 한다. 영화가 상징하는 창문의 의미는 인간이 가진 모든 관념을 대변한다. 창문 안쪽은 편하고 안락하다. 반면 밖은 위험하고 두려움이 존재하는 곳이다. 그럼에도 100세 노인은 창문 너머로 이끌리듯 전진을 한다. 그렇게 우리가 인생 속에서 나아가야 함을 영화는 보여준다.

알란은 어머니의 유언처럼 일어나야 할 일은 일어난다는 생각으로 미련이나 걱정 없이 지금 이 순간에만 충실한다. 그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고 배운 것도 없지만 그 누구 앞에서도 솔직하고 거침이 없다. 그에 반해 모든 것을 거머쥐고 있는 권력자나 독재자들 그리고 많은 것을 아는 듯한 지식인들의 모습은 틀에 갇혀 마침내는 스스로 자멸하거나 자신을 가두어 버린다. 이 모습은 강자와 약자, 가진 자와 가지지 않은 자, 배운 자와 못 배운 자의 차이는 그 선택의 문제일 뿐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함을 보여준다. 영화는 관객에게 ‘무계획적이고 무의미하게 사는 것은 말도 안 돼’라는 생각을 하게 하며 또 한편으로는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도 괜찮은 것 아닌가’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래도 멈추지 않고 후회 없이 걱정하지 말고 앞으로 가라고 조언한다.

한 해를 뒤돌아보며 나는 지금 어떤 틀 안에 가두고 있는지 바라봐야 할 때이다. 그리고 다시 힘차고 활기차게 새해를 맞이해 보자.

12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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