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막은 사람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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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막은 사람들처럼!
  • 한울안신문
  • 승인 2023.01.18 20:02
  • 호수 12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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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은 교도

재작년에 파주 접경지역 파평면에 평화마을을 만들기로 하면서 희망 회원 열여섯명이 뜻을 모았다. 평화마을짓자라는 이름 그대로 사람이 별로 살지 않는 농산어촌에 들어가 주민들과 어울려 사는 모습을 꿈꾸며, 어떤 마을을 만들 것인가 의논하고 또 의논했다. 생태 건축가를 섭외하고, 에너지를 자립하고 쓰레기가 없는 자원 순환 마을, 퍼머컬처 농사를 지으며 먹을 거리를 스스로 해결하는 마을,  노인과 어린이, 청년이 같이 어울려 서로 돌보는 웃음꽃 피는 마을, 버려진 쓰레기가 예술이 되고 음식물 쓰레기나 커피 찌꺼기가 건강한 흙이 되고 일자리가 되는 마을을 꿈꾸었다. 돈으로만 해결하려는 세상에서 몸을 놀리고 마음을 놀려 스스로 돌보고 더불어 사는 마을을 우리는 꿈꾸었다. 
그래서 태양광 패널을 지붕에 올리고 지열난방을 하기로 하고 빗물을 모아 뜰에서 자라는 식물들에게 물주기로 했다. 공유건물을 짓고 공유부엌을 들여 마을 사람들을 초대하여 밥도 같이 먹고 영화도 보고 이야기도 나누기로 했다.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은 물론 시장조차 없는 마을에서 학교와 서원과 평화마을이 함께 만들어낼 재밌는 일들이 무엇일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고들 했다. 
그러나 정작 토목공사가 시작되고 길이 만들어지고 공유건물이 설계되는 과정에서 우리는 점점 더 큰 진통을 겪게 되었다. 자재비, 인건비가 대폭 오르고 이런저런 이유로 공사가 지연되면서 계속 들어가는 돈이 늘어나자 과정에 대한 소통과 책임 문제가 불거졌다. 나로서는 2년 가까운 시간을 거쳐 마무리되던 중에 가장 큰 경계에 들어간 셈이어서 당혹스럽고 마음이 어지러웠다. 아침 저녁 심고를 올리며 평정심을 잃지 않고 평화를 잘 짓는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평화마을을 잘 만들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지만 이 일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재작년에 마을만들기를 시작하면서 소태산 대종사님이 영광에서 처음 바다를 간척하실 때를 떠올렸었다. 그 어떤 일이 생긴다 하더라도 그때만 하겠는가. 어떤 고비가 오더라도 바다를 막아 정관평을 만든 사람들처럼, 경제 자립의 기초를 만들어낸 그 정신을 잊지 않겠다고 결심했었다. 이제 나는 그동안 내 나름대로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공동체 마을을 만든다는 건 모두가 주인이 되도록 했어야 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깊이 참회한다. 진행과정을 하루하루 공유하고, 생기는 문제들을 모두가 나눠 맡아서 해결해갈 때 한 사람 한 사람이 마을의 주인이 되는 것이었다. 이제라도 우리가 애초에 꾸었던 꿈을 되돌아보며, 각자 힘들고 답답한 상황이 무엇인지 나누면서 길을 찾아가야 하리라.   
생태와 평화가 우리 시대의 과제로 우리 앞에 놓여있다. 급변하는 사회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 어디로 갈 것인가는 모두의 관심사이다. 나는 여전히 평화마을이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가능성과 괜찮은 대안이 되기를 희망하고 또 믿고 있다. 
이번호를 마지막으로 지난 3년간 한울안 칼럼을 쓰면서 참 행복하고 고마웠다는 말씀을 드린다. 부족한 생각이나마 좋은 기회를 주셔서 독자들과 나눌 수 있었음에 마음깊이 감사드린다. 오늘도 한결같은 아침 기도를 올리며 마음을 다잡는다. “건강한 몸 맑은 맘으로 은혜 속에 또 하루를 맞이하며 좋은 세상 이루기 위해 모두 함께 보람찬 일 하게 하소서.” 

 정형은 여의도교당 교도

1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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