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무출신의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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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무출신의 도
  • 박순용 편집장
  • 승인 2023.01.18 20:04
  • 호수 12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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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용 편집장

나는 언제부터인가 흰 저고리와 검은 치마를 입은 원불교 출가교역자들을 보면 경외심과 존경심을 가지게 되었다.
가끔은 심법을 제대로 쓰지 못하거나 상식에 어긋난다는 생각으로 교무님들에 대한 분별이 슬그머니 올라올 때마다 나는 나에게 되묻곤 했었다.
‘순용, 너는 공을 위해 살고 있는가? 오롯하게 너를 버리고 이 회상과 이 교법을 위해 다 놓아 버리고 그들처럼 할 수 있는가?’를 묻다보면 심법을 잘 쓰지 못한다거나 상식에 어긋난다는 것이 나의 분별주착임을 알아차리곤 했다.
나는 유년시절부터 원불교 교당에서 놀았기에 가까이서 혹은 멀리서 출가 교역자들을 쉽게 마주할 수 있었고 얼굴 만큼이나 다양한 성품과 이름 만큼이나 다양한 성향과 기호만큼이나 다른 출가 교역자들을 볼 수 있었다.
때로는 전임 교무님과 다른 생활 태도에 다소 놀라기도 하고 사회생활과 밥벌이로 점철된 직장생활에서 만났던 업무의 효율성과는 뭔가 다른 그들을 보면서 고개를 주억거리기도 했었다.
교당에서 교무님들과 함께 하는 생활이 길어지고 깊어짐과 비례해서 그들의 삶을 다른 재가교도보다는 많이 이해하고 동감하며 때론 출가교역자의 입장에서 사고와 취사를 하려고 하곤 했었다. 
기간제 교무가 쓴 책을 읽으며 ‘전무출신의 도’ 12조항을  정확히 알게 되었다. 그동안 전혀듣지 않기야 했겠냐마는 내 두눈에 선명히 들어온 조항들은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했다.
 아는 만큼 보여서일까. ‘전무출신의 도’를 주제로 기사를 구상하기도 했다.
 매주 월요일 서울교구 사무국에서 회의를 마치고 10여명 교무님들이 한목소리로 ‘전무출신의 도’를 외우는 순간, 나는 몸과 마음이 너무나 서늘해지고 정신이 아뜩해졌다.
 ‘아, 이런 정신으로 살고 있구나‘를 알아차리게 되자 그동안 얼굴과 이름만큼이나 다양했던 출가교역자들이 모두 하나로 보였다.
감사합니다.
공을 위해 사를 버리고 오롯한 그 정신으로 살고 계신 우리 교무님들, 고맙습니다.

 

1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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