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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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나요?
  • 한울안신문
  • 승인 2023.02.01 12:22
  • 호수 1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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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삼척교당 교무

원래 토끼의 귀는 양쪽 모두 쫑긋 서 있지만 리키는 오른쪽 귀가 축 늘어져 있다. 남들과 조금 다른 귀 때문에 리키는 매번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한다. 리키는 다른 친구들처럼 두 귀가 쫑긋 서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나무에 거꾸로 매달려 보지만 계속 그렇게 있을 수는 없다. 리키는 아예 주전자 덮개를 푹 덮어쓰고 귀를 감춰 보지만 친구들은 오히려 그런 리키를 보며 배꼽을 잡고 웃는다. 리키는 축 늘어진 귀를 세워보려고 당근을 끼워보기도 하고, 작은 나뭇가지를 친친 동여매 보기도 하고, 붕대로 둘둘 감아보기도 하고, 낚싯대로 들어 올려보기도 하고, 풍선을 달아보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친구들은 더욱더 깔깔 웃어대며 데굴데굴 구르기까지 한다. 지친 리키는 숲속에 들어가 심술궂은 친구들을 향해 고함을 치곤 흑흑 흐느껴 운다. 속 시원히 울고 난 리키는 의사 선생님이 고쳐주실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의사 선생님을 찾아간다. 리키의 귀를 꼼꼼하게 관찰한 의사 선생님은 “네 귀는 멀쩡하단다. 조금 힘이 없긴 하지만, 소리를 듣는 데는 아무 이상이 없어. 원래 귀들은 모두 다르단다.”라고 말해준다. 리키는 의사 선생님 덕분에 ‘원래 귀들은 모두 다르다’는 걸 깨닫는다. 귀는 잘 듣기 위해 있는 것일 뿐 한쪽 귀가 늘어진 것이 잘못된 건 아니다. 이제 리키는 놀리는 친구들의 귀에 당근을 매달아 늘어지게 하곤 깔깔거리며 같이 웃을 정도로 여유로워진다.

우리는 누군가가 나와 다른 것을 보면 그것을 틀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와 다르다는 건 틀린 것이 아니다. 원래 다른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도 얼굴이나 신체뿐 아니라 생각이나 행동이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비웃거나 비난하기도 한다. 쉽게 이상한 사람,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판단해버리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자신 또한 남과 다른 점 때문에 불안해하거나 상처받는다. 그런 점에서 ‘다른 것이 정상’임을 깨달은 리키는 참 지혜롭다. 나는 과연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존중하는가? 혹여 그 사람이 나와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하고 있음을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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