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는 존재도, 신성하지 않은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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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는 존재도, 신성하지 않은 것도 없다
  • 한울안신문
  • 승인 2023.02.01 12:28
  • 호수 1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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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국 문화평론가

우타마는 남미토속어로 ‘우리집’
“우타마, 우리집”은 기후변화로 황폐해진 땅에서 과거의 생활양식을 지키며 ‘우타마(남미원주민 토속어로 ‘우리집’이란 뜻)에서 살고 있는 노부부를 이야기한다. 가뭄으로 땅은 사막이 되고 마을 사람들은 이주해 가버리는 상황에서 전통을 고수하려는 늙은 세대와 도시의 새로운 양식에 익숙한 젊은 세대 간의 대립과 화해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영화는 인간의 탄생과 죽음 그리고 변하는 것과 변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서사시적 표현이 뛰어난 작품이다.
영화는 느리면서 차분한 스토리 전개 사이 사이로 피식 웃음을 짓게 하는 유머를 삽입하며 느슨해지는 감정을 끌어올린다. 
또 짧지만 잠시 생각에 잠기게 하는 적은 대사를 메꾸는 배경 소리와 화면으로 이야기를 끝까지 이끄는 저력을 보인다. 영화에 등장하는 아마추어 수준 배우들의 연기와 현지 원주민들의 등장은 영화 전반에 걸쳐 거의 다큐멘터리 느낌을 준다. 어설픈 듯하지만 반면에 그것은 사실성을 더욱 배가시키는 효과를 준다. 
영화는 주인공의 생각과 느낌을 대사 보다는 시각적이고 청각적인 요소를 통하여 전달한다. 
첫 장면에 등장하는 황금 빛이 넘쳐나는 장소로 향하는 주인공의 모습과 세수하는 수면 위로 날아가는 콘도르의 모습은 그의 죽음을 예견하는 징조이다. 또 먼지 풀풀 날리는 메마른 땅을 휘몰아치는 돌풍과 쩍쩍 갈라져 있는 강바닥의 모습 또한 어찌 할 바를 모르는 주인공의 상태를 대변한다. 영화 전반에 걸쳐 계속되는 주인공의 길게 이어지는 숨 소리와 기침소리 그리고 중요 장면마다 등장하는 거친 바람 소리 등은 관객으로 하여금 그 의미가 무엇일까 하는 긴장감을 일으킨다.
대립하던 손자와 화해
잃어버렸던 라마를 손자가 되찾아 오고, 손자가 아버지가 될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된 날 할아버지는 사사건건 대립하던 손자와 화해하며 화기애애한 저녁을 맞이한다.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 조용히 세상을 떠난다. 그때 울리는 작은 풍경 소리와 라마의 구슬픈 울음 소리는 우리들의 삶이 변화가 없는 듯 변화하고 그렇게 삶이 이어져 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집으로 돌아올 때 마다 작은 돌 하나를 거의 매일 가져와 아내에 주던 주인공의 모습은 내가 아직도 당신을 생각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무뚝뚝하게 전달하는 것처럼 보인다. 비록 그것이 발전이 없고 하찮아서 쓸모 없는 것이라고 느껴진다 하더라도 꾸준히 바라보고 멈추고 보듬다 보면 변화가 있으리라. 나 또한 그렇게 늙어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이가 든다고 저절로 현명해지는 것은 아니니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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