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마음이 공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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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마음이 공부다
  • 한울안신문
  • 승인 2023.02.08 15:24
  • 호수 1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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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산 오인원 강남지구장

 

옛날 무술 영화의 첫 장면으로 절정의 실력을 가진 노승이나 최고 실력자가 마당을 쓸거나 허드렛 일을 하는 모습으로 잘 나온다. 그러면 처음 그곳을 찾은 초보가 그를 무시하고 스승을 찾다가 놀라 다시 예를 갖추는 것으로 진정한 수행길을 묘사하곤 했다.
초보 수행자였던 나를 비롯 많은 공부인들도 역시 이같은 생각으로 ‘엄청난’ 공부길을 찾아서 꽃발 신심을 불태웠던 적이 있었다. 새벽에 오는 잠을 참고 좌선을 한다, 행선이니 입선이니 등등의 공부를 하며, 우리 경전 외에도 온갖 불경과 유·도교 경전들, 철학, 심리학 등등 별별 서적들을 뒤지고, 밤잠을 설치며 도반들과 도를 이야기하고, 성품을 상상하며 많은 시간들을 보냈다. 물론 그래야 하기도 한 일이다.
그러다 보면 그동안 배움 속에 세운 나만의 이론이나 이런 저런 경험들로 익어진 몇가지 공부법으로 마치 이것들이 내 미래를 책임져 줄 듯 한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 경전 내용들을 비틀어 이해하면서 내 주장이 많아지고, 알기에 아직 분명치 않은 내용들을 진리가 드러나기도 전에 앞서서 사상의 얼개를 만들어 억지 철학을 세우기도 하고, 정전의 수행법을 놓고 나만의 공부법을 엮어서 이 법이 효과적이다, 이 법이 지름길이다 라며 괜히 삼거리 팻말을 뒤집어 놓기도 한다.
마음공부나 수행의 방법은 참으로 방대하고 다단하여 초보자로서는 도무지 그 제대로 된 길을 찾아 일직심을 들이대기가 어렵다. 때로 현묘하고 기이한 공부법을 제시하고, 구체적인지 모호한지 모를 법문들의 홍수 속에서 그만 아득해져서 허우적대다보면 참으로 귀한 회상을 찾았건만 오히려 길잃은 나그네가 되어 변죽만 울리다가 세월을 다 놓쳐버리고 마는 경우도 허다하다. 게다가 도깨비같은 마음으로 바르지 않은 길을 엄청난 신념으로 제시하니 도리어 정법문하에서 낮도깨비를 만난 격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사실 마음공부란 간단하고 단순하다. 정말로 공부가 따로 없다. 마음이 공부다. 기교가 공부이겠는가. 예를 들어 호흡이 깊거나 길거나 유미하거나 별별 묘한 법이 다 들어도 마음을 체잡지 않으면 수행도 아니고 공부도 아니다. 대종사님의 말씀대로 망치를 들고 호미를 들어도 공부다. 심하게 말해 동냥그릇을 들고 길거리에서 노전취식해도 마음이 들면 공부다. 한 말씀 법문을 기준삼고 마음을 고누고 경계를 대하면 모든 것이 다 공부가 된다.

 

 

2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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