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등급은 높이고 부당등급은 낮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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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등급은 높이고 부당등급은 낮추고
  • 한울안
  • 승인 2023.02.16 00:00
  • 호수 1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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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암교당 이삼성교도

교육분야에서는 수업을 설계하는 방법 중 하나로 ‘백워드 설계’(Backward Design)가 있다. 1980년대 미국에서는 자국 학생들의 학력저하 문제가 대두됨에 따라 새로운 교육법안 NCLB(No Child Left Behind, 낙오학생방지법)을 제정했다. 이 법안은 평가 활동에 역점을 두었다는 점, 교수학습의 개선을 위한 효율적인 교수학습방법에 초점을 두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정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교육전문가인 위긴스(Wiggins)와 맥타이(Mctighe)는 자신의 저서 ‘설계에 의한 이해’(Understanding by Design)를 통해 평가를 중요하게 고려하는 백워드 설계 모형을 제안했다. 
위긴스와 맥타이는 교과서 중심의 수업 개발과 학습자의 흥미 위주의 단순한 활동 수업을 비판하면서 진정한 이해를 위한 수업을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들이 주장한 백워드 설계는 교육의 목적이 달성되었는지를 알 수 있는 평가와 깊이 있는 이해를 중요하시는 모형이다. 기존의 수업설계가 ‘목표설정-학습내용 선정-평가’ 순으로 이뤄졌다면 백워드 설계는 ‘목표설정-평가설계-학습경험설계’ 순으로 평가의 위치가 바뀐다. 또한, 단순히 사실적 지식을 다루는 수업보다는 핵심적인 개념과 일반화된 지식을 중심으로 수업이 설계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물론, 하나의 개별적인 지식도 중요하지만, 더 근본적인 지식을 이해할수록 실생활에 전이하거나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백워드 설계는 한국교육에도 많은 시사점을 주었다. 우선,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수업이 아니라 핵심적인 지식을 중심으로 깊이 있게 탐구하고,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수업을 설계하는데 참고가 되고 있다. 또한, 수업내용, 학습활동, 평가가 따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목표-내용-방법-평가가 하나의 일관성을 갖게 하는데 참고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 평가설계를 목표설정 바로 다음에 진행함으로써 학생들이 수업을 통해 배움이 일어났는가? 성장했는가?에 대한 증거수집을 강조한 점이 가장 중요한 시사점 중 하나이다.
백워드 설계는 원불교 공부인에게도 시사점이 있다. 우리는 각자의 서원이라는 근본적인 목표 실현을 향해 열심히 정진적공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서원을 향해 내가 진급하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통해 알 수 있을까? ‘평가’를 먼저 계획하고, 그 증거를 수집하는 백워드 설계의 아이디어를 차용한다고 할 때, 우리 공부인들은 어떤 평가를 계획하고 있을까? 아마도 상시에서 유념과 무념의 횟수를 체크하고, 자신의 감각감상과 심신작용처리건을 기재하는 것이 일종의 평가이고, 진급의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연말에 실시하는 신분검사지를 연초부터 살펴보는 것도 백워드 설계 방식의 공부법이 아닐까 한다. 자신의 내적·외적 성장을 스스로 평가해보는 신분검사를 염두에 두고, 일상 속에서 당연등급을 높이고, 부당등급을 낮추기 위한 경험을 계획하고 실천해가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변화되었던 일상이 하나 둘씩 회복되고 있는 요즘, 진급의 증거들을 수집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함으로써 서원-수행-일이 까닭 있게 하나로 연결하는 공부를 다짐해본다. 

 

 

2월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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