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울안 컬럼]마음에도 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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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울안 컬럼]마음에도 봄을
  • 한울안신문
  • 승인 2023.03.15 20:07
  • 호수 1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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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타원 안혜연교무 

3월이다. 얼었던 것들이 녹고, 추위에 꼭꼭 닫혔던 문도 열린다. 시절을 기다리며 잠자고 있던 나무의 싹들도 움을 틔우고, 곧 신록의 싱그러움을 우리에게 선 보일 것이다. 
어린 시절, 아궁이에 때던 불이 유일한 난방이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추위에 언 몸을 녹이기 위해 성급하게 아랫목을 찾아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겨울을 지나, 이때쯤이면 방보다, 햇볕이 드는 마루가 더 따뜻했다. 공책 위로 쏟아지는 햇빛이 눈이 부셔도 맘껏 봄을 느끼며 숙제도 마루에서 했다. 
봄은 나와 친구들을 바깥으로 끌어냈다. 주체할 수 없이 에너지가 넘쳤던 우리는, 놀이터가 되어주는 이웃 마당들을 순례하며 신바람이 났다. 가지 각색 돌멩이, 나뭇가지, 깨진 접시는 소꿉놀이에 요긴한 살림살이가 되었고, 갖가지 풀은 반찬이 되었다. 
놀이 삼아 나물도 캤다. 바구니 들고 나선 들에서 어쩌다 발견한 깨끗하고 튼실한 쑥 무더기를 발견하면 보물을 발견한 듯 신바람이 났고, 검불이 잔뜩 섞인 나물 바구니를 자랑스럽게 엄마에게 가져다 주었다. 그 나물들은 엄마의 손에 의해  진짜 국이 되었고 나물 반찬이 되었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면 이렇게 창의력 충만한 놀 거리가 천지였고, 국거리이고 반찬거리가 되었다. 알게 모르게, 모두가 은혜라는 것이 우리 몸의 세포에 아지랑이처럼 간질 간질 스며드는 계절이 봄이었다. 
마음도 녹아야 움직인다. 차갑게 꽁꽁 얼어붙어 있으면, 요지부동 움직이질 않는다. 열려야 통한다. 꼭꼭 내 생각으로 닫혀 있다면 통할리 없다. 
만물이 새로운 기운으로 화기롭게 통하기 시작하는 봄이다. 
우리의 마음에도 동남풍이 불어, 얼어 있던 관계들도 봄을 맞이 했음 좋겠다. 마음속에 봄꽃처럼 숨어 있던 상생의 씨앗들이 새롭게 싹을 틔웠으면 좋겠다. 
살기가 팍팍하다고 원망으로 꼭꼭 닫아 걸었던 마음들이 활짝 열려, 외면 하던 은혜를 발견하여 보물처럼 마음에 품어 가슴 벅찬 감사가 넘쳐 넉넉한 마음이면  좋겠다. 혹 그동안 날 힘들게 했던 것들이 나를 깨달음으로 인도할 법신불 사은님의 시험이었음을 깨닫게 된다면 얼음이 녹아 내리듯 뜨거운 눈물이 흐를 수도 있겠다. 
얼었던 것이 녹고 닫혔던 문들이 열리는 계절에, 소통도 하고 감사로 삶도 풍요롭게 하자. 무수한 감각 감상도 쏟아질터이니 3월은 이렇게 대각의 달 4월을 준비해야 할 때이다. 

 

3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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