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덕에서 온 편지] 평온의 언덕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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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덕에서 온 편지] 평온의 언덕으로 가는 길
  • 한울안신문
  • 승인 2023.03.15 20:12
  • 호수 1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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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신 오덕훈련원장 

소리없는 봄비가 산천초목을 흠뻑 적시었다.
신이 불어 넣은 생명의 숨결로 우주의 맥박이 힘차게 고동치고 있다.  세찬 바람이 불어와 묵은 것은 떨구어내며 거듭 겨울로 뒷걸음치는 냉혹함을 이기고, 여기 빗방울 매달고 산수유 꽃이 영롱하게 피어났다.
비바람 천둥 번개와 우르릉 쾅쾅 치는 벼락 속에서도 만물은 성장하고 변화무쌍한 신비로움의 묘미가 있다. 우리네 삶도 때로는 험준한 산을 넘고, 시퍼렇게 출렁이는 바다를 건너는 순역 경계를 지나야 비로소 양지바른 평온의 언덕에 도달하게 된다.
지리산 깊숙한 골짜기에서 신명나게 굿판을 벌이며 날카롭고도 예리한 작두를 타는 날랜 무당의 춤사위에도 진리가 있다. 
진통의 고개를 넘고 넘어 능이 나면, 반드시 어려움은 이미 어려움이 아니며 無爲를 노래하는 자유로운 경지가 된다. 
교단은 지금 혁신을 말하고 있다. 무엇을 혁신할 것인가?
혁신의 가장 기초 단위는 먼저 자신의 변화다. 변화를 꿈꾸는 사람이 바른 견해를 가지고 움직여야 전체를 향한 보은자가 된다.
중도의 지혜가 있는 사람은 안으로 흔들리지 않는 중심의 원심력으로 균형과 조화를 이루며 조율할 수 있을 것이다. 법력을 가진자가 변화의 주체가 되어 그 일의 중심에 서서 먼 미래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가장 보수적인 집단인 종교가를 움직이는 힘이란 조직의 주체인 내가 바르지 않으면 어렵고, 어리석은 중생심으로는 위험의 부담과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힘에 버거워 들고 갈 수 없으면 버려야 한다. 뗏목도 강을 건너기 위한 수단이라 하였다. 법이 아닌 것을 탐하면, 스스로를 옥죄는 괴로움의 사슬에 묶인다. 따라서 교단의 가장 큰 혁신은 먼저 아픔을 감내하며 스스로를 변화시키려는 겸손한 노력이 있어야 있다.
 약자는 배워야 할 때이고, 강자는 가르치고 지도해야 할 때이다. 배움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자신을 깨달아 가는데 매진해야 할 시기이다. 
어릴수록, 년조가 짧을수록, 힘이 없을수록, 부족할수록 배워야 한다. 
끊임없는 배움에 임하는 자는 자신의 실수에 대해서 좌절하지 않고, 굴욕적인 일에도 나를 내려 놓으며 생각이 청정하여 지금, 현재 여기에 머문다.
이상적인 도가의 법풍은 법을 배우고, 지혜를 닦고, 자신을 반조하는데에 있다. 법력을 갖춘자가 강자의 자리에 설 때 그 예리한 지혜의 빛으로 교단은 밝은 미래의 조용한 변화가 이루어진다. 
한겨울의 계곡은 꽁꽁 얼어 붙어 유속이 멈추어 버린다. 성급함으로는 단단한 얼음을 녹이기가 어렵다. 우주 천지자연이 주는 훈풍의 합력이라야 꽃과 연록잎 새순이 피어난다.
법, 스승, 도반은 나를 깨우치고 건지는 그물망이다. 간절한 열망으로 먼저 스스가 배우고 미래를 준비하여야 평온의 언덕으로 가는 성숙한 조직이 된다.

 


3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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