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취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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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취의 힘
  • 한울안신문
  • 승인 2023.04.05 15:17
  • 호수 1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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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은 교도(인천교당)

부드러움은 그 붙임성과 포용성으로 인해 감각 주체에게 포근함과 편안함을 주며 약함으로 인식되기 쉬운 유연함은 그 안정성과 침착성으로 인해 수용 대상에게 신뢰와 확신을 불러 일으킨다. 죽음과 소멸의 원리가 강함과 단단함에 있다면 삶과 생명의 원리는 부드러움과 유연함에 있다.        
 부드러움과 유연함, 즉 유취는, 예컨대 기능상 말로 형언하거나 개념화하기 어렵지만 삶의 가장 궁극적이고 실제적인 경험과 직접 접촉하는 유일한 방식인 감탄의 통로가 되기도 한다. 
여행이나 등산을 비롯하여 일체의 예술 행위나 교당에 나가는 것조차 그 목적은 재미나 건강, 유익함에 앞서 벅찬 감정을 느끼는 데 있다.     
 사용 목적에 따라 선택되고 베어지고 잘려 나가는 교목과 달리 겉으로는 쓸모 없음과 엉성함에 있는 것 같은 잡목이 온전하게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것은 그늘도 되어 주고 쉼터도 제공하는 유취의 유용성 때문이다. 대종사께서 처세에는 유柔한 것이 제일 귀하고 강강剛强함은 재앙의 근본이라는 내용의 선현의 시구를 소개하며 이 글을 명심하고 살아간다면 그 사람이 대장부며 삶이 늘 안락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유취의 가치를 강조하는 한편 견강의 위험성을 경계한 말씀에 다름 아니다.
 벌거벗은 임금님을 벌거벗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래서 기상천외한 사기극이 들통 난 것은 용기가 아니라 순진무구함 때문이었다. 안데르센은 이 작품에서 한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함을 통해서 현학적 궤변에 빠진 인간의 두터운 위선과 경직된 지적 허영심을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유취가 자신을 지키는 방식이 되기 위해서는 견고한 아집과 편협한 자기 고집을 내려놓고 어떤 일에도 머무는 바 없이 낼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넉넉함이 필요하다. 
그래야 대종사께서 유柔한 처세가 난세를 무사히 살아가는 비결이라고 일러주신 참뜻을 비로소 헤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4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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