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마음 공부 ] 잘 못하기에 무엇이든  잘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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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마음 공부 ] 잘 못하기에 무엇이든  잘 할 수 있는 것이다
  • 한울안신문
  • 승인 2023.04.19 11:32
  • 호수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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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국 돈암교당 교도 문화평론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영화줄거리>
에블린은 서류정리에 열중한다. 새로운 사업에 필요하기 때문이지만 가능할지 걱정이 앞선다. 한 때 자신의 결혼을 반대했지만 이제는 나이 들어 치매로 고생하는 아빠, 돈 버는 것에는 별로 관심도 없고 철도 없어 보이는 착해 빠진 남편 그리고 이제는 다 컸다고 말 안 듣고 밖으로만 도는 동성애자 딸도 그녀에겐 골칫거리이다. 어릴 적 상상했던 꿈들을 포기해야만 하는 걸까? 무기력함을 느끼는 그녀이다. 그런 그녀 앞에 갑자기 얼토당토않는 상황이 벌어지며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는데….

 

○ 보통 인간의 영웅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인간의 삶이란 무엇인지를 설명하려 하는 코믹 SF 액션 영화이다. 또한 한 인간의 애환과 눈물겨운 노력을 보여주는 보통 인간의 영웅담이라 하겠다. 영화는 우리에겐 생소한 멀티버스(다중 우주)의 개념을 도입하여 주인공이 하게 된 또 다른 선택 하나하나가 지금의 자신과는 다른 또 다른 세계의 나를 만들게 되고 그 경험을 통해 지금 여기에 소중함을 직시하는 지혜를 얻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영화의 이야기 전개는 지랄 발광 환장 파티라고 할 만큼 두서없고 황당하며 뜨악함의 연속이지만 이런 상황들이 이상하게 느껴지기 보다 웃음과 울음을 동시에 이끌어내는 독특한 경험에 이르게 한다. 투박하고 우직하리 만치 솔직하게 우리의 현실을 가감 없이 속속들이 들춰내어 보여주는 것 같다.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게 하는 스토리는 우리의 인생살이가 그와 전혀 다르지 않음을 은유한다. 
○ 혼란속 주제 응집력 최고
영화는 CG효과 보다는 빠른 전개의 촬영과 편집 그리고 배우들 간의 앙상블을 통하여 혼란스럽지만 꿋꿋하게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에 집중한다. 주인공을 비롯한 모든 출연배우들은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전혀 다른 인격의 자신을 일인다역으로 연기하기에 수시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떤 때는 무능하고 멍청하지만 또 다른 때는 유능하고 똑똑하게 표현되기도 한다. 영화는 더 나은 또는 나보다 못할 수 있는 나에게 시선을 돌리기 보다 지금 현재 이곳에 있는 나에게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에블린은 딸 조이가 또 다른 세계의 조부 투파키임을 알게 된다. 그녀가 악녀로서 세상의 종말을 이루려 한다고 생각했던 에블린은 마침내 그녀와 조우를 토하여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결론에 이른다.  딸이 원했던 것은 죽음이나 종말이 아닌 그녀의 느낌을 함께 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것은 나의 관점으로만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으로 세상과 나를 바라봐야 함을 말하고 있다. 
영화는 사랑, 자비, 은혜의 다른 표현인 ‘친절함’만이 세상을 구원한다고 말한다. 진정한 친절은 그 무엇도 받아들이고 존중하며 나와 타인의 모습을 동시에 받아주는 것에서 가능해지리라. 이 영화는 비록 지금 여기가 힘들고 어렵더라도 친절함과 포용력을 가지고 우직하게 나 자신과 세상을 향해 ‘그래도 돼 괜찮아. 아무 문제없어.’라고 말하게 한다. 세상과 싸우는 방법이 꼭 투쟁적일 필요는 없다. 원불교의 세상은 은혜의 세상이다. 생각에 빠지지 말고 느낌에 충실하며 ‘감사’라는 세상을 변화시킬 강력한 무기가 우리에게 있음을 자각할 때이다. 

 

4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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