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덕에서 온 편지] 야생의 뛰어난 적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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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덕에서 온 편지] 야생의 뛰어난 적응력
  • 한울안신문
  • 승인 2023.04.26 13:45
  • 호수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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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들녘이 온통 신록과 꽃밭으로 물들어간다. 추위를 피해 한해를 넘기며 내 처소에서 보듬어 안고 가족처럼 키우던 다육이 등 화분들을 밖으로 내놓았다.  사월의 화려한 봄날임에도 산중턱에는 심한 일교차로 살얼음이 얼어 밤사이 화들짝 놀란 이 식물들의 안면에 상처가 생겨 버렸다.  다친 상처를 어루만지고 손질을 하여 조마조마하며 다시 안팎으로 오가게 했으나 긴 겨울 공들였던 그 매끈하고 윤활한 자태는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나 모진 겨울 언 땅을 이기고 올라온 군락지를 이룬 금낭화를 비롯한 꽃들은 아랑곳없이 곱디고운 얼굴로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피어났다.  특히, 고산에서 가장 먼저 얼음을 뚫고 황금색 꽃잎을 물고 피어나는 복수초는 신비로운 생명력을 가진 탁월하게 질긴 힘이 있다. 
사람의 손길이 머물지 않은 산들에서 저절로 자란 식물은 공기와 햇빛과 풍운우로를 마주하며 환경의 변화에 태연자약하여 그 적응력이 뛰어나다. 그리고 색조가 선명하며 자연스럽고 건강미가 있어 근심의 눈길을 내려놓게 한다.   
소통이 없이 따스한 조건에서 자라기만 한 식물은 야생에서 자란 것들과는 이렇게 월등한 차별이 있다. 
동물의 세계에서도 야생은 그 적응력이 뛰어나다. 
“숲속의 왕자 사자는 새끼를 낳아 기를 때 어린 사자들을 높은 절벽에 데리고 올라가서 뒷발로 매정하게 차버린다. 그러면 저 아래 낭떠러지로 뒹굴어서 죽는 놈은 죽고 살아남는 놈은 숲속에서 가장 강한 왕자가 된다고 한다.” 아주 오래전에 들었던 잊혀지지 않는 어느 법사님의 법문이다. 진리도 이와같이 우리들을 법으로 키울 때에 매정하다는 것이다. 어떤 경계에도 강하게 스스로 적응하며 일어설 수 있도록 공부를 해야 낙오자가 되지 않는다는 법문인 것이다.
법을 담을 수 있는 큰 그릇을 만드는 데에는 강하게 인내하고 견디는 힘이 있어야 한다. 저 먼 바다로 나간 연어가 알을 낳기 위해서는 수천미터의 강을 거꾸로 거슬러 힘차게 회귀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생명을 낳아 기르고, 가르치고 배우며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은 고통과 고뇌의 연속이다.  
소태산의 진리를 향한 간절하고도 타는 목마름이 칠흙같은 어둠을 걷어내는 원동력이게 했다. 
구사고행 끝에 깨달음을 얻은 사월, 야생의 뛰어난 적응력으로 만중생의 고통이 변화하여 희열에 머물기를.…. 
오래 더 멀리 전체를 조망하는 진리의 빛은 짙은 어둠속에 숨겨져 있다.  

 

 

 

4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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