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그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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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그리움이다
  • 한울안신문
  • 승인 2023.05.03 15:39
  • 호수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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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타원 안 혜연 금천교당 교무

나이를 잊고 살다가 문득 ‘내 나이가 벌써?’ 싶을 때가 있다. 
백세 시대라, 별 일 없이 생을 마감 할 수 있다 치면 아직 한참 남았으니, “나이 그까잇꺼~ ” 하면서 살고 싶은데 자꾸만 “우리 때는… 예전에는…” 이라는 말을 하게 된다. 나이가 들면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이 딱 맞다. 
가끔은 추억 속의 그 시절이 참 많이 그리워 눈시울이 시큰해질 때가 있다. 그리고 그 추억 속엔 어김없이 부모님이 있다. 부모님을 생각하며 후회와 아쉬움 없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부모가 되어 보니 부모 마음을 알겠더라”고 하던데, 난 부모가 되어 보질 못했으니 온전히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조차 역부족이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저절로 들어진 철이, 새록 새록 자식을 생각하던 그 마음을 깨워준다. 그리움과 아픔의 공존이다. 
명절이면 시골 장터에 가설 극장이 세워지고, 요란한 노랫소리가 영화 상영을 알렸다. 일년에 한번 볼까 말까 한 영화를 보기 위해 서둘러 저녁을 먹고 한껏 들떠 엄마 치맛자락을 잡고 동네 어르신들과 장터로 향했다. 영화가 끝나면 제법 늦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장터에서 마을까지 오는 길에는 도깨비와 귀신이 출몰한다는 곳들이 있었다. 아무리 엄마 곁에 꼭 붙어도 무서움은 완전히 가시질 않았다. 업어 달라는 막내에게 엄마는 등을 내주었다. 엄마의 등에 고개를 파묻으면 도깨비도 귀신도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든든하고 편안함에 엄마의 노고는 뒷전이었다. 이제야 생각한다. 제법 커버린 나를 업고 집까지 가는 길이 엄마에게는 멀지 않았을까.  
아버지와 화엄사에 간적이 있었다. 어떻게 아버지와 나만 화엄사에 가게 되었는지조차 잘 기억나지 않는걸 보니, 꽤 어린 나이였지 싶다. 비가 추적 추적 내리고 있었다. 아버지가 비에 젖은 계단을 잘못 디뎌 넘어지셨다. 아버지의 넘어진 모습이 어린 딸의 눈에 아프고 미안했다. 아버지가 다친것도 아니고 약간 넘어졌을 뿐인데, 생생한 감정으로 남은 이 기억은, 죄송하고 민망한 표현이지만 울고 싶어지는 안쓰러움이다.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 같던 나의 대들보였던 아버지에게 감히. 
가정의 달이라 하는 5월이다. 
모든 추억이 아름답지만은 않지만, 저마다의 색깔들로 그리움이 된다. 
어린이 날 특별한 선물이었던 과자 한 봉지나 짜장면의 맛을 기억하는지... ,  미숙한 솜씨로 만들어 달아드린 카네이션에 스스로 뿌듯하고, 기뻐하던 부모님의 모습이 기억나는지…. 같은반 친구들과 푼돈을 모아 준비한 선물을 교탁에 올려놓고 선생님의 반응을 살피며 어린 심장이 콩닥거리던 스승의날은 또… 오늘날 우리를 있게 한 모든 것들이 추억이 되어 그리움으로 물든, 5월을 추앙한다. 

 

 

5월 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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