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경쟁, 아름다운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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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경쟁, 아름다운 경쟁
  • 한울안신문
  • 승인 2023.05.03 15:49
  • 호수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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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삼성 안암교당 교도 /서울 시교육청 장학사

대중 강연이 있던 어느 날, 한 청중이 손을 들고 물었다. “선생님은 학교교육에서 협력을 강조하고 계시는데, 지금 같은 시대에 우리나라가 더 강해지기 위해서는 ‘경쟁’을 중시해야 하지 않을까요?” 협력에 대한 강조가 경쟁을 소홀히 한 것이라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물론, 경쟁도 중요합니다. 공정한 경쟁이 잘 작동한다면, 개인과 사회의 부가 창출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공교육기관인 학교에서 우리 학생들이 경쟁을 해야 한다면, 무엇과 경쟁을 해야 할까요? 경쟁의 대상이 꼭 옆에 있는 친구여야만 할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 학생들이 경쟁을 해야 한다면 자신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와 경쟁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제와의 경쟁에 집중하다보면 타인을 경쟁자가 아닌 협력자로 만듭니다. 학생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문제 혹은 자신이 일상생활에서 발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친구, 부모, 선생님, 주변의 어른들을 협력자로 삼을 수 있어야 합니다.”
4월말에서 5월초는 학교마다 중간고사가 치러지는 기간이다. 한국사회에서 시험은 순수한 평가행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시험은 학생들이 교육목표에 도달했는지를 판단하는 제도적 장치임과 동시에 한정된 자원을 획득하기 위한 관문이기도 하다. 독자들에게는 후자가 익숙하겠지만 시험이라는 평가행위의 근본적인 목표는 전자와 같이 학생의 성장을 확인하고 촉진하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시험의 목표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제법 많은 학생들이 원하는 학급 등수, 전교 등수를 얘기한다. 학교에서는 등수를 학생들에게 제공하지 않음에도 말이다. 
학생들의 이러한 모습은 우리의 교육현실, 사회현실이 낳은 결과이기도 하다. 시험이라는 관문을 가장 먼저 통과한 사람이 원하는 자원을 차지하는 게임 법칙이 오랫동안 우리 사회를 움직이고 있다. 2019년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서는 “한국교육은 아동의 잠재력을 최대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만이 목표인 것 같다.”고 지적한 바 있다. 2017년 한국개발연구원에서 진행한 연구에서는 한국, 중국, 일본, 미국의 대학생들에게 자국의 고등학교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냐는 설문을 진행했다. 아쉽게도 한국 학생들은 80% 넘게 학교를 ‘사활을 건 전장’으로 인식했는데, 이것은 중국, 미국의 2배, 일본의 6배 높은 수치였다.
올해, 우리나라의 사교육비 총액과 사교육 참여율은 역대 최고수준으로 발표되었다. 어찌 보면 세계에서 가장 공부를 많이 하는 셈이다. 봄날의 정취도 제대로 맛보지 못하고, 학원과 스터디카페의 조명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우리 학생들을 보면 어른으로서 그리고 교육자로서 여러 감상을 갖게 된다. 학생들이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되는 경쟁. 우리 학생들이 자신과의 경쟁, 자신에게 놓인 문제와의 경쟁과정에서 얻게 되는 배움의 기쁨, 타인과 협력하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강자의 승자독식이 아닌 대종사님 말씀처럼 강자와 약자가 자리이타, 지자본위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마음 깊이 기도해본다. 

 

 
5월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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