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과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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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과 아이
  • 한울안신문
  • 승인 2023.05.24 10:47
  • 호수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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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리교당 청타원 이청진 

세상은 온통 찬란한 실록의 푸르름으로 조물주가 꾸며낸 화폭의 화려한 봄이 역동적입니다. 꽃이진 아픔 위로 작은 열매가 열리고 변화의 흐름은 사시 순환하여 머물고 싶다고 머물 수 없는 순리를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사람도 비켜갈 수가 없습니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 옅은 실바람에도 간드러지는 초록 잎새 사이로 가볍게 날아오르는 꽃잎을 보니 조잘대며 노란 가방 둘러맨 아기들의 모습과 싱그러움이 흡사합니다. 
그런 아기들도 인생이라는 산과 강을 건너고 나면 삶의 두께가 되고 고통과 시련의 시간을 견디고 무디어가면서 역사가 되고 조금씩 덮이고 희미해지며 어른이 되어 가겠지요.
꽃가마 속에도 근심이 있다는 옛말은 누구나 삶은 고해의 바다를 건너고 있다는 말과 동일시하며 그 속에서 우리가 바라는 은혜와 감사의 삶을 영위하여 수만 경계 속에서 어린이가 어른이 되어가고 중생이 부처가 되는 이치를 습득하며 변화와 변화를 거듭합니다. 아기는 손에 쥐고 있는 것만이 내 것인 줄 알다가 어른이 되면 문서나 사물에 올려진 자기의 이름을 보고 소유라는 의미를 알게 됩니다.
그러나 진정한 어른은 몸과 마음이 원만 구족하고 이른바 성인의 경지에 오른 분들의 인격을 숭상하는 지혜 도덕의 결정체라면 이 나라와 교단의 어른은 얼마나 될까요. 육신의 나이는 어른이 되는 것과 상관없는 것일까요. 영겁의 윤회를 놓고 보면 어른도 아이도 없는 것일지 모릅니다.
어른과 아이의 차이점은 간단합니다.
타인에게 사랑과 관심을 받으려고만 하면 아이, 남에게 오직 사랑을 주고만 싶은 사람은 어른.
자신이 한 일을 보여만 주고픈 사람은 아이, 남이 한일을 보아주기를 즐기면 어른.
지위나 명성을 쫓아가는 사람은 아이, 떠밀려서 올라가 있는 사람은 어른.
세상사에 원망으로 뭐든지 섭섭하면 아이, 세상 모든 것에 감사하면 어른
아주 쉽지요.
이런 차이를 알고 나서 그런 어른 곁에 머물 땐 슬픔도 향기롭고 설움도 희망이 될 것입니다. 어둔 밤에 홀로 기댈 수 있는 그런 어른이 되려고 오늘도 내일도 정진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날마다 사은님께 기대어 아이가 어른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5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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